[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KT가 오래된 사무실의 누수·악취·곰팡이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공익 제보를 한 직원 2명에게 각각 ‘정직·감봉 3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KT 측은 징계 의결 이유에서 공익제보 관련 내용은 빼고 ‘협력사 직원에 대한 폭언 등 갑질행위’ 등을 이유로 명시했다.

하지만 KT가 내세운 ‘협력사 직원에 대한 폭언 등 갑질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일시, 장소 등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단지 협력사 직원들의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해 이 같은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본지가 입수한 협력사 직원들(KT경기중앙빌딩 관리소장, 미화원)과의 대화 녹취록을 보면 갑질은 없었다. KT가 이들 직원 2명이 공익제보를 한 것에 대한 보복성 징계를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KT가 내세운 징계사유는 협력사 직원에 대한 갑질행위다. 갑질이 있었다는 날짜는 지난 5월 28일로 본지가 해당 건물인 경기도 의정부 소재 KT경기중앙빌딩으로 현장 취재를 나간 날이다.

당시 현장에는 기자도 함께 있었다. 오전 11시경 건물입구에서 채명원 업무지원단 경기지원1팀 차장을 만나 현장 촬영을 위해 1차로 건물 내부에 들어갔을 때 관리소장과 경비실 직원이 입구에 있었음에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이후 오석훈 과장을 만나 다시 건물에 들어갔을 때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고, 취재가 끝났을 무렵에서야 관리소장과 경기지원 1팀장이 찾아왔다. 그들은 출입명부 작성을 요구했고 그에 응했다. 당시 현장 취재를 한 부분에 대해 관리소장과 직원 간 언쟁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폭언, 욕설은 하지 않았다.

중징계를 받은 직원들 역시 지난달 27일 인사위원회에 출석해 갑질행위는 없었음을 수차례 진술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T인사위원회 측은 협력사 직원들의 진술서에만 근거해 ‘갑질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KT에 이러한 중징계 사유인 갑질 행위와 관련해 구체적 일시, 장소 등의 근거가 있느냐고 묻자 KT 측은 답변을 피했다. KT 관계자는 “해당 징계는 협력사 직원에 대한 갑질 때문”이란 황당한 주장만 내놨다.

본지가 동학합동속기사무소에 의뢰해 만든 13페이지 분량의 녹취록 이미지.

그런데 KT의 ‘협력사 직원들에 대한 갑질 때문’이란 주장은 비논리적인 부분이 상당하다. 오히려 KT가 보복성 징계를 위해 협력사 직원들로 하여금 거짓 진술을 받았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들기도 한다. 본지는 지난달 26일 한 녹취파일을 입수, 보다 정확한 내용파악을 위해 동학합동속기사무소에 의뢰해 13페이지 분량의 녹취록을 만들었다. 녹취록에는 중징계를 받은 KT 직원 2명과 갑질을 당했다는 KT경기중앙빌딩 관리소장 정 모씨, 환경미화원의 대화가 담겼다.

그런데 녹취록에는 갑질을 당했다는 관리소장 정 씨가 갑질을 했다는 KT 직원에게 오히려 반말을 하는 반면 KT 직원들은 존대를 한다. 확인해보니 이 관리소장 정 씨는 KT에서 33년간 근무한 직원이었다. 또한 환경미화원의 답변 역시 갑질과는 거리가 멀었다. 녹취록에서 이들 직원 2명이 환경미화원에게 사과를 한다고 하자, 이 환경미화원은 오히려 “무슨 사과?”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거 우리 사무실에서, 우리하고 상관없이 저기서 신고한 거”라고 말했다. 이 미화원이 밝힌 ‘우리하고 상관없이’란 것은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회사에서 진행한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별개로 이들 직원 2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의정부 경찰서에 고발돼 지난달 23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조사를 받았는데, 이 녹취록에서 관리소장 정 씨는 분명 “KT에서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리소장은 자신의 회사가 KT에스테이트 하청업체인 케이에스메이트라고 밝혔는데, 다른 업체직원으로 확인됐다. 이는 관리소장 정 씨의 주장에 신뢰성이 떨어지는 이유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