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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어설프고 투박한데 왠지 모를 뭉클함을 주는 배우가 있지 않나.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
다양한 드라마를 통해 신스틸러로 급부상 중인 배우 한준우(36)가 연기에 대한 소신을 털어놨다.
한준우는 첫 드라마 데뷔작인 JTBC ‘멜로가 체질’에서 전여빈의 남자친구이자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난 뒤 전여빈에게만 보이는 영혼 홍대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SBS ‘하이에나’에선 양면성을 가진 악역으로, tvN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에서 정진영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굵직한 작품들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한준우는 현재 방영 중인 KBS2 수목극 ‘하라는 취업은 안하고 출사표’(이하 출사표)에서 7급 공무원 출신, 조맹덕(안내상 분) 의장의 수행비서 김민재를 연기하고 있다. 출세를 위해 9년간 사귀던 여자친구 나나(구세라 역)를 배신하는 인물. ‘멜로가 체질’ 홍대로 ‘워너비 남친’을 연기했던 한준우는 ‘출사표’에선 나쁜 남자로 180도 변신했다.
한준우는 “홍대를 연기할 때는 이상적인 남자친구의 면모가 오히려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여자친구를 사랑하는 그 마음 하나에만 집중하면 돼서 오히려 감정연기가 있어도 편했다”며 “반면 민재는 현실적인 캐릭터인데다 인물의 서사나 감정선이 모두 드러나지 않다보니 더 어려움이 있었다”고 새로운 연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현장의 또래 배우들인 박성훈과 나나는 한준우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줬다. 동갑내기 박성훈과 현장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의지하고 지냈다는 한준우는 동생인 나나에 대해선 “정말 호탕하고 털털하고, 도전하는 것에 있어서 두려움이 없는 스펀지 같은 배우다.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현장 경험도 많아서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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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독립장편 영화 ‘독짓는 늙은이’로 데뷔한 한준우는 영화 ‘스물’ ‘극한직업’을 통해 인연을 맺었던 이병헌 감독과 또 한 번 손을 맞잡고 ‘멜로가 체질’에 출연, 첫 드라마에 발을 내디뎠다. 한준우는 이병헌 감독에 대해 ‘은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스물’ 전 독립영화를 찍으실 때부터 많은 순간을 함께 하며 배우로서도 많은 걸 배웠다. 감독님의 고민들을 듣고 역경들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곁에서 보며 간접적으로 경험이 많이 됐다”며 “감독님이라면 어떤 작품이라도 믿고 같이 하고 싶다”고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멜로가 체질’은 대중에게 배우 한준우를 각인시킨 작품이기에 촬영을 마친지 1년이 지나가지만 여전히 그에겐 특별함으로 남아있다. 출연배우들과도 자주 왕래하고 있다며 여전한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그가 연기한 홍대라는 인물과 상대역 전여빈 배우와의 호흡에 대한 만족도도 커 보였다. 그는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홍대라는 캐릭터에 대해 이질감이 없었다. 과거의 제 연애 경험들을 잘 끄집어내면 되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눈을 반짝이며 “신기하게도 전여빈 배우와는 만나기 전부터 잘 맞을 거 같은 느낌이 있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의심이 안 갈정도로 모든 면에서 믿음이 갔다. 덕분에 한동안은 홍대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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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며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한준우이지만 오랜기간의 무명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20대 때는 마냥 열정과 재미로 했다면, 30대가 넘어가고 여러 경험을 하며 생각이 바뀌더라. 단순히 재미만으로 배우를 하긴 힘들었다. 경제적인 문제 등 현실적인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왜 내가 연기를 해야하는지 답을 찾아야 했다.”
그가 찾은 답은 무엇이었을까. 한준우는 배우란 직업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일이라 좋다고 말했다. “배우는 남을 연기하지만 결국 그 연기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되고 제 주변 친구, 가족 등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게 되더라.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고민들도 던져준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병헌과 같은 진정성이 느껴지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가벼운 역할이든, 무거운 역할이든 잘 흡수하고 매번 새로운 에너지가 나오는 연기를 하고 싶다. 경험도 좋지만, 새로운 인물을 만날 때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싶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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