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성남FC가 6월 4연패 늪에 빠져 허우적댈 때 누구보다 부담이 컸던 건 국가대표 공격수 나상호(24)였다. FC도쿄에서 6개월 단기 임대로 팀에 합류한 그가 새로운 해결사 구실을 해주리라고 곳곳에서 기대가 가득했다. 다만 성남에 합류하기 전 일본 J리그에서 6개월 가까이 실전 경기를 뛰지 못한 나상호의 몸 상태는 최고조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K리그처럼 춘추제를 시행하는 리그에서 ‘여름 이적생’은 즉시전력감 구실을 해야 한다. 성남에 돌파구를 안겨야 했던 그로서는 남보다 더 땀을 흘리며 몸을 만드는 것 외엔 방도가 없었다.
진심이 통했을까. 나상호는 이르게 성남에 연착륙했다. K리그 복귀전을 치른 지난 6월27일 부산 아이파크전(1-1 무)에서 팀은 연패에서 탈출했다. 나상호는 차츰 출전 시간을 늘리며 팀에 녹아들었는데 문제는 득점포였다. 지난달 19일 수원 삼성전(1-0 승), 25일 강원FC전(0-0 무)에서 양 팀 최다 슛을 기록하고도 골이 터지지 않았다. 김남일 성남 감독은 나상호가 조급해하지 않게 묵묵히 기다려줬고 출전 기회를 꾸준히 부여했다. 마침내 지난 9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1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복귀포이자 멀티골을 가동, 2-0 승리를 이끌었다. 복귀 이후 7경기 414분 만에 골 가뭄을 해결했다.
두 골 모두 나상호의 성장세를 느끼게 했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그는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직선적인 드리블과 슛에 탁월했다. 그런데 이번엔 상대 수비와 골키퍼가 손 쓸 수 없도록 골문 구석을 파고드는 정교한 감아 차기 슛이 일품이었다. 후반 13분 프리킥 키커로 나서 정교하게 오른발로 감아 차 골망을 흔들더니 후반 43분에도 문전에서 오른발 감아 차기 슛으로 해결했다. 그는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세밀한 일본 축구를 한 시즌 경험하면서 터득한 부분”이라며 “확실히 일본 공격수는 슛을 강하게 때리는 것보다 기교적으로 감아 차거나 원하는 코스를 노린다. 스스로 터득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팀이 좋지 않을 때 주변에서 ‘나상호~ 나상호’를 줄기차게 외친 것엔 “주위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골이 안 들어갈 때 스스로 원망했지만 오로지 나 자신과 싸움이라고 여겼다. 포기하지 않고 ‘한 골만 터지면 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도쿄에서 25경기(2골)를 뛴 그는 올해 현지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남행을 선택했다. 6개월 단기 임대이나 성남맨으로 어떠한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 그는 “팀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 상위 스플릿 가능성을 유지하면서 나도 공격 포인트를 지속해서 올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남에서 부활을 통해 ‘벤투호’에서도 꾸준히 중용 받고, 더 나아가 꿈에 그리는 유럽 무대 이적도 그리고 있다. 나상호는 “일본으로 갈 때도 유럽으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여겼다. 경기력 보완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다른 선배, 해외 유명 선수의 경기 영상을 꾸준히 보면서 나를 돌아본다”고 강조했다. 미래를 염두에 두고 영어 공부도 틈틈이 한다. 영어 회화를 수준급으로 하는 친누나도 도우미로 나서 나상호에게 모바일 메시지를 보낼 때 영어로 보내고 답변을 받기도 한단다. 평소 휴대폰 레이싱 게임도 즐긴다고 밝힌 그는 “가족이 도움을 주는데 게임 시간을 줄이고 영어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