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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필 잭슨 감독과 마이클 조던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 사이가 생각났어요. 저도 감독님을 통해 동기부여를 받고 많이 배우거든요.”
경기 골클럽FC 18세 이하(U-18)팀 주장 강윤구는 13일 경남 합천군 합천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전남 영광FC U-18팀과의 ‘살맛나는 행복합천’ 제56회 추계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전 결승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팀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강윤구의 활약 속에 골클럽FC는 클럽팀으로는 최초로 추계연맹전 챔피언에 등극하는 새 역사를 썼다.
이날 결승전은 최고기온 34℃ 무더위 속에 킥오프 했다.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지만 의외로 골클럽FC가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했다. 강윤구는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넣은 데 이어 29분 추가골까지 터뜨리며 경기를 주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은 골클럽FC는 후반 12분 문영준이 쐐기골을 기록했고, 35분 강윤구가 자신의 세 번째 골을 만들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추가시간에는 장강호까지 득점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지금까지 추계연맹전에서 클럽팀이 정상에 선 적은 없다. 경기도 포천을 연고로 하는 골클럽FC는 2018년 창단한 신생 클럽이다. 창단 3년 차에 불과하지만 강윤구를 앞세워 울산 학성고, 서울 동대부고 등 강자들을 꺾고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강윤구는 이번 대회에서 8골을 터뜨리며 득점상과 최우수선수상을 석권했다. 날카로우면서도 강력한 그의 왼발은 골클럽FC의 최대 무기였다. 중학교 때부터 팀에 몸 담았던 강윤구는 “6년간 이 순간을 간절히 기다렸다. 졸업하기 전에 꼭 우승을 하고 싶었는데 행복하다”라면서 “제가 혼자 해낸 일은 절대 아니다. 동료, 후배들이 함께 이룬 일이다. 감독님의 도움도 컸다. 감독님이 없었다면 절대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동료들과 홍성호 골클럽FC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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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구의 홍 감독을 향한 애정은 각별하다. 그는 “저는 감독님을 정말 존경한다. 얼마전 마이클 조던 이야기를 담은 ‘라스트 댄스’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필 잭슨 감독을 통해 조던이 발전하고 결국 우승까지 하는 이야기를 보며 큰 감명을 받았다. 저와 감독님이 그런 사이라고 생각한다. 조던에게 잭슨 감독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사람인 것처럼 저에게도 감독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홍 감독도 “윤구는 실력 자체가 좋지만 그보다 집념, 정신력이 더 대단하다. 나이는 어리지만 발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앞으로 분명히 잘 될 선수”라고 칭찬했다.
홍 감독은 아주대를 졸업한 후 수원 삼성에서 잠시 프로 생활을 했지만 부상 등의 이유로 일찌감치 은퇴했다. 이후 해외에서 축구 공부를 하며 지도자 꿈을 키웠고, 골클럽FC를 강팀으로 만들었다.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과 오랜 시간 함께하며 가능성을 봤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삼았는데 윤구를 비롯한 모든 선수들이 하나 돼 달성했다.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홍 감독의 철학은 뚜렷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당장의 결과가 아닌 경험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실제로 이날도 골클럽FC는 경기 내내 앞서가면서도 강한 압박과 공격적인 플레이로 상대를 질식시켰다. 홍 감독은 “아이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경험이다. 지금 이 모든 경험들이 선수들에게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축구 스타일도 그러한 신념에서 나온다. 더 공격적이고 발전할 수 있는 축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많이 발전했다. 우승보다 그 점이 더 고무적이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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