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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울산 현대 미드필더 원두재.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쌍용더비(이청용·기성용 맞대결)’ 타이틀에 묻혀서 그렇지 원두재(23·울산)는 그라운드에서 가장 빛난 조연이었다.

원두재는 지난달 30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K리그1 18라운드 홈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팀의 3-0 대승에 힘을 보탰다. ‘쌍용’의 사상 첫 K리그 맞대결로 주목받은 이 날 팀 동료 이청용이 선제 결승골을 넣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원두재도 더할 나위 없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의 덕목과 같은 상대 공격의 일차 저지선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서울은 606차례 패스를 시도하며 울산(534회)보다 더 많았고, 패스 성공률도 90%로 울산(88%)에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울산의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좀처럼 효력 있는 패스와 슛을 시도하지 못했다. 서울이 유효슛으로 연결한 건 딱 한 번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원두재는 가로채기만 6회, 볼 획득과 차단을 각각 5회, 4회를 기록했고 슛블록도 한 차례 해냈다. 그야말로 ‘통곡의 벽’이었다.

원두재 활약은 비단 이 경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상대 슛을 제어한 블록 지표만 보더라도 그는 올시즌 13회로 리그 전체 5위에 매겨져 있다. 눈에 띄는 건 강민수(부산) 정승현(울산·이상 16회), 홍준호(광주) 연제운(성남·이상 14개) 등 1~4위에 포진한 선수 모두 팀의 최후의 보루인 센터백 자원이다. 원두재는 2선 자원으로는 유일하게 상위 5명에 이름을 올렸다. 단순히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역할 뿐 아니라 빌드업의 시발점 노릇도 제대로 하고 있다. 거의 매 경기 패스 성공률 90% 이상을 찍고 있다. 서울전에서도 95.5%로 풀타임을 뛴 필드 플레이어 중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그는 K리그 데뷔 시즌부터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원두재는 지난 2017년 일본 J2리그 아비스파 후쿠오카에서 프로로 데뷔 3시즌을 뛰다가 올해 울산을 통해 K리그에 입성했다. J리그와 비교해서 더 빠르고 거친 K리그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지만 금세 녹아들었다. 키 187㎝인 그는 피지컬 뿐 아니라 공·수 능력에서 ‘제2 기성용’으로 불린다. 최근 스페셜 매치를 준비중이던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과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도 동시에 원두재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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