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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안은재기자]故 설리의 친모가 지금껏 말하지 못했던 속사정을 털어놨다.
10일 방송된 MBC 다큐멘터리 ‘다큐 플렉스-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에서는 故 설리를 재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설리의 엄마는 이날 방송 최초로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설리가 ‘예쁘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설리 엄마는“아이들 셋 키우던 상황에 유치원 갈 돈으로 학원을 보냈다. 서울 연기학원을 등록해 10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연기학원 등록 7개월 만에 SBS‘서동요’로 데뷔했다”고 말했다.
설리는 2009년 SM 엔터테인먼트의 5인조 걸그룹 ‘f(x)’로 데뷔했다. 데뷔 초부터 복숭아를 닮은 이미지로 큰 인기를 끌었다. 설리 엄마는 설리 활동 당시 CF광고와 잡지 촬영을 함께 다녔다면서 “열애설이 나기 전까진 온 가족이 행복하고 다 좋았다”고 말했다.
소녀시대 티파니 영도 출연해 설리를 처음 본 순간을 회상했다. 티파니는 “이미 유명했던 SM 연습생이었다. 밝고 귀엽고 예뻤던 아이”라고 전했다.
이어 “어딜가도 글이 올라오고 사진 찍히니까. 사실 굉장히 평범한 데이트를 하러 가고 싶은데 갑자기 (어딜가나) 화제가 되면 너무 힘들 것”이라며 SNS 영상과 사진이 논란이 될 때마다 힘들었을 설리를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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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는 2013년 9월 처음 가수 최자와 열애설이 났다. 그는 2014년 8월 세 번째 열애설만에 최자와 열애 사실을 인정했다.
설리 엄마는 “사진을 보고 안 믿었다. 사진이 그냥 과장되게 찍힌 줄 알았다. 설리에게 전화해봤더니 사실이라더라”면서 최자와 열애설이 난 뒤부터 설리가 악플에 시달렸다고 했다.
최자 역시 한 방송에서 설리에 대해 “어느 순간부터 연애한 후로 이미지가 엮이더라 너무 미안했다”고 전한 바 있다.
설리는 연애와 함께 경제적으로도 엄마에게서 독립했다. 설리 엄마는 “어느 날 나에게 정산부터 내역서를 쓰라고 했고, 그때 바로 우리 사이도 끝났다. 나도 성격이 있는 편이다. 오늘부로 모든 걸 정리하자고 했다. 연락은 가끔 하지만 얼굴보는 건 거의 단절된 상태였다”고 고백했다.
이후 설리는 2015년 8월 그룹 f(x)를 탈퇴했다. 그는 자해 시도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설리 엄마는 “병원에 가려고 했더니 회사에서 ‘오지 말라’고 극구 말리더라. 욕실에서 미끄러져 다친 것으로 기사가 나갔다”면서 “병원에 가지 못해서 일주일을 울었다. 아마 그게 둘(故 설리와 최자) 사이에서는 마지막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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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는 2017년 3월, 3년 만에 최자와의 결별을 인정했다. 설리 엄마는 “사랑하는 남자는 떠나고 엄마는 옆에 없으니 모든 순간이 불안하고 어려웠을 것”이라며 “진심으로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 인터뷰에서 설리는 연예계 활동에 대해 “남들이 하라고 하니 무조건 했다. 왜 해야하는지 모르고. 나랑은 (이 일이) 옷이 안 맞았다. 힘들다고 말해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었다. 혼자서 버텼다. 하지만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느낌”이라고 씁쓸하게 회상하기도 했다.
설리 엄마는 설리의 집에서 몰랐던 진실을 마주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집에) 약봉지가 너무 많더라. 약이 널브러져 있는 걸 보며 마음이 정말 아팠다”고 털어놨다. 이후 설리가 “f(x) 활동부터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와 회사에 얘기하니 상담하는 선생님을 붙여줬다”라고 고백하는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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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의 비보가 전해진 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가 엄마는 그제야 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올라가는 길에 차가 너무 막혀서 많이 늦었다. 회사에서 ‘(수습을) 더 못 기다린다’고 연락이 왔더라. 그래서 내가 ‘외롭게 살던 아이 혼자서 그 방 나가게 할 수 없다’고 막았다”면서 울먹였다.
이어 “2층 작은 방에 설리가 누워 있었다. 다리 베개를 하고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그런데도 마지막 인사를 다 하지 못한 거 같아 후회가 남는다”면서 “더 많이 손 잡아줄 걸. 지금 생각하면 계속 모자라. 더 많이 이름을 불렀다면 들렸을까. 내가 다시 잘해볼걸. 내가 놓친 시간들에 대한 미안함. 그때로 다시 돌아갔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며 눈물을 계속 흘렸다.
티파니 영도 설리의 죽음을 떠올리며 “제 자신부터 생각하게 된다. 왜 내가 한 번이라도 먼저 다가가지 못 했을까. 가까이 옆에서 깊은 대화를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이 있다. 힘든 시기에 밝고 씩씩하게 버텨줘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eunj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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