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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새 총재 후보로 두산중공업 정지택(70) 전 부회장을 추대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총회(구단주 회의)에 차기 총재 선출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킬 전망이다.
KBO는 13일 오후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이사회(사장회의)를 갖고 차기 총재 후보로 정 전부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1950년생인 정 전부회장은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통계청 등을 두루 거친 관료출신으로 기획예산위원회 재정개혁단장과 기획예산처 예산관리국장을 지냈다. 2000년 센텔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기업인으로 변신했고 2006년 두산 산업개발 사장으로 두산그룹 중역으로 부상했다. 지난 2008년부터 11년간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이 기간 내내 두산 베어스 구단주 대행도 겸했다.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프로야구단과 핸드볼단에 큰 애정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베어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정 전구단주께서는 경제기획원 재임 당시 야구선수로도 활동하셨다는 말씀을 하셨다. 전지훈련에 오시면 ‘아직 캐치볼을 할 수 있다’며 농담을 할 정도로 호탕하고 추진력 강한 분”이라고 기억했다. 그는 “정재계에 인맥도 상당히 넓다. 구단주 대행으로 계실 때에도 마당발로 유명했다”고 귀띔했다. 공직에서는 재무통으로, 기업에서는 마당발로 각각 통한 이력을 보면 섬세하고 꼼꼼하면서도 화통한 성향을 가진 인물로 보인다. 구단 관계자는 “지금은 칠순이 넘어 조절하셔야겠지만, 젊을 때에는 술도 잘 드셨다”는 말로 대신했다. 정 후보자는 해양수산부 장관과 충북도지사를 역임하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 힘) 원내대표를 지낸 정우택 전의원의 친형이다.
KBO 정운찬 총재와는 2010년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인연이 있다. 당시 정운찬 총재는 위원장으로, 정지택 총재후보자는 위원으로 동반성장위원회에서 활동했다. KBO 핵심 관계자는 “이사회 분위기를 볼 때 정지택 후보자가 수락을 하실 것으로 보인다. 정 총재 임기가 12월까지이니까 임기 전에 총회에서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KBO 내부에서는 정 신임 총재 후보자가 내년부터 3년간 조직을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 후보자가 신임 총재로 선임되면 2005년 12월 물러난 고(故)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에 이어 16년 만에 구단주 출신 총수를 맞이하게 된다. 박 전총재는 1998년 9월 정대철 총재의 직무대행 자격으로 KBO를 맡은 뒤 12월 12대 총재로 부임했다. 2005년 12월까지 7년간 KBO를 이끌며 IMF 이후 KBO리그를 다시 부흥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야구에 대한 사랑도 남달라 KBO의 황금기를 설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박 전총재가 추대될 때에는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KBO 총재가 감독 바뀌듯 바뀌자 8개구단이 합심해 OB 구단주였던 박 회장을 총재로 추대했다. 취임초 프로야구선수협회 파동에 강경대응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프리에이전트(FA)와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쌍방울과 해태 매각, 상무 야구단 증설과 경찰야구단 창단 등 선수 처우 개선과 저변확대에 큰 공을 끼친 인물로 평가 받는다.
정 후보자에게는 KBO리그의 산업화 숙원이라는 중대한 과제와 더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글로벌 마케팅 등 새로운 과제가 잔뜩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서는 포스트시즌 운영 방안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KBO측은 “구단별로 수익 배분 등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 더 고민해보고 다음주 열릴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 어느정도 결론을 도출하는 것으로 얘기했다”고 밝혔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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