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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말하는 순간 생각이 더 많아질 수 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이 지도자로서 자신의 철학을 뚜렷히 밝혔다. 롯데의 경우 경기 중 지도자가 먼저 선수에게 충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허 감독은 15일 사직 LG전을 앞두고 전날 우익수 손아섭이 수비에서 타구가 라이트에 들어가 안타를 허용한 순간을 돌아봤다. 허 감독은 “수비 후 아섭이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경기 중에는 더 말할 수 없다. 아섭이는 바로 다음 이닝에 타석에 들어가고 또 수비도 해야 한다. 이미 끝난 일이다. 리셋하고 다시 시작이다. 굳이 왜 타구를 놓쳤는지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비 뿐만 아닌 타격도 마찬가지다. 허 감독은 “타격도 그렇다. 전날 오윤석이 임찬규의 커브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뭐라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코치들에게도 절대 경기 중에는 선수에게 말 걸지 마라고 한다. 말하는 순간 생각만 더 많아질 수 있다. 물론 선수가 지도자에게 무엇을 물어보면 답해줄 수 있다. 하지만 지도자가 경기 중에 먼저 선수에게 말하는 것은 당일 경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과학적으로도 사람이 짧은 순간 많은 것을 습득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 감독은 “타자 입장에서는 치기 싫어서 못치는 경우는 없다. 자신이 무슨 공에 당했는지도 잘 안다. 나는 지금까지 선수들에게 늘 ‘즐기자’고 했다. 감독이나 코치가 경기 중 어떻게 하라고 얘기하는데 과연 선수가 즐길 수 있겠나”고 되물으며 “선수들 모두 스스로 느끼면서 다음에 대비한다. 정 안 된 부분은 경기를 마치고 코치들과 얘기하면서 해결하면 된다. 우리 팀은 경기 중 코치가 먼저 타자에게 상대 투수의 어떤 구종을 노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미 타자들은 전력분석을 하면서 상대 투수를 파악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허 감독은 “경기 중 무엇을 지시하거나 훈련을 많이 하는 것은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의 만족이다. 지도자가 일단 선수에게 지시를 하면 책임을 회피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절대 선수를 돕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경기 중 지도자와 선수의 소통에서 선을 분명히 그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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