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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민우 인턴기자] 두산 오재일(34)이 다리찢기를 시전하며 1루 수비요정의 위엄을 과시했다.
오재일은 지난 1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 KT와 경기에서 3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경기에서 오재일은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침묵했다. 포스트시즌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던 이전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수비에서 만큼은 기복없는 안정감을 보였다. 특히 4회말 호수비를 펼쳐 실점을 막았다.
두산은 4회말 2-1로 앞선 상황에서 KT 심우준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한 뒤 2루 도루까지 내줘 실점 위기에 놓였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지만 안타 하나면 동점을 허용할 수 있는 상황. 타석에 들어선 조용호가 풀카운트 접전 끝에 유격수와 2루수 사이 깊숙한 타구를 만들었다. 두산 2루수 오재원이 간신히 볼을 낚아 1루로 송구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송구가 빗겨나갔고 오재일이 다리를 찢어 공을 받아냈다. 비록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로 인정됐으나 오재일이 송구를 받지 못했다면 2루 주자 심우준이 홈으로 들어와 동점을 내줄 수 있었다. 오재일의 공에 대한 집념과 수비 능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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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비를 펼친 오재일을 보면 메이저리그 탬파베이에서 뛰고 있는 최지만이 연상된다. 포스트시즌에서 최지만은 다리찢기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미국 언론의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최지만은 지난달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휴스턴과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 3회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의 악송구를 다리를 찢어 잡아냈다. 미국 언론 ‘CBS탬파’는 최지만에게 “요가 강사 같다. 놀라운 유연성을 가졌다”며 찬사를 보냈다. 오재일도 최지만 못지 않은 메이저리그급 유연성을 과시하며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
일반적으로 1루수는 수비 비중이 낮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1루수는 수비를 완성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야수들의 어떤 송구도 받아내는 포구 능력이 특히 중요하다.또 최근엔 강한 타구 비율이 예전보다 높아지면서 3루와 함께 또 하나의 핫코너로 인식되고 있다. 단기전에서 발생한 실책이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어 선수들에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비록 오재일이 타격에서 기복을 보이고 있으나 수비만큼은 포스트시즌 내내 빛을 발하고 있다.
miru042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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