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kt 유니폼 입은 유신고 소형준
‘2020 KBO 신인 드래프트’가 2019년 8월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1차에서 kt에 지명된 유신고 소형준이 유니폼을 입은 후 이숭용 단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이제 신인 드래프트는 미래이자 현재다. 4년 연속 순수 고졸신인이 입단 첫 해부터 굵직한 활약을 펼치며 팀 운명을 바꿔놓고 있다. 그만큼 고교야구 선수층이 두꺼워졌고 한국야구의 미래 또한 밝게 빛난다.

모두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류현진 이후 가장 완벽한 고졸 신인투수 KT 소형준(19)이 2020 KBO리그 신인왕으로 우뚝 섰다. 소형준은 기자단 투표결과 총점 511점으로 185점을 받은 LG 외야수 홍창기를 제치고 최고 신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연한 결과다. 선발투수로 첫 시즌을 맞이한 소형준은 26경기 133이닝을 소화하며 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활약했다. 아직 스무살도 되지 않은 신예가 KT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중요한 순간에 더 강렬했다. 소형준은 역대급 순위경쟁이 벌어졌던 후반기 14경기에서 8승 1패 평균자책점 2.50으로 철벽투를 펼쳤다. KT가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호투를 펼쳤고 포스트시즌에서는 1선발 구실을 했다. KT 프랜차이즈 첫 포스트시즌 경기였던 11월 9일 두산과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6.2이닝 무실점으로 굳건히 마운드를 지켰다. 긴장할 수밖에 없는 포스트시즌 데뷔전임에도 정규시즌보다 강하고 정확한 공을 던지며 이미 특급 토종 투수임을 증명했다. 경기 후 “국가대표 투수가 나왔다”고 말한 KT 이강철 감독은 물론 적장인 두산 김태형 감독도 소형준을 향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포토] 역투하는 KT 소형준
2020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오프 의 1차전이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KT 선발투수 소형준이 역투하고 있다. 2020. 11. 9.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단순히 구위만 내세우는 투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소형준의 가치는 더 높다. 소형준은 포심과 투심, 그리고 컷 패스트볼까지 세 가지 유형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총 6가지 구종을 구사한다. 고졸 신인투수라고 믿기 힘든 다양한 구종을 흡사한 릴리스포인트, 안정된 제구력으로 던지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고 범타를 유도한다.

물론 구위도 뛰어나다. PO 1차전에서는 무빙 패스트볼의 구속이 140㎞ 후반대에서 형성되며 두산 에이스 크리스 플렉센과 명품 투수전을 벌였다. 30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시상식에서 신인왕 트로피를 손에 쥔 그는 “데뷔해임에도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던 PO 1차전이 가장 뜻깊게 다가온다”며 당시 가슴 뜨거웠던 순간이 고스란히 남아있음을 밝혔다. 이어 그는 “추상적인 목표로만 삼았던 상을 실제로 받게 돼 자랑스럽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만큼 자만하지 않고 더욱 발전해 리그를 대표할 수 있는 투수로 거듭나고 싶다”고 당찬 모습도 보였다.

2020KBO리그 신인상 수상한 Kt 소형준[포토]
KT 투수 소형준이 30일 열린 2020KBO리그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한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소형준은 신인으로 10승을 달성하며 사실상 신인왕을 예약했었다. 2020.11.30.<사진제공 | KBO>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그런데 소형준이 완벽한 시작점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2017년 키움 이정후, 2018년 KT 강백호, 2019년 LG 정우영 또한 고교 졸업과 동시에 최고 신인이 됐다. 4년 동안 뜨거운 고졸 신인 열풍이 리그 전체를 휘감고 있는 것이다. 이정후와 정우영 모두 첫 해부터 소속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큰 부분을 차지했고 강백호 역시 소형준과 함께 KT가 새 역사를 쓰는 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드래프트마다 많은 이들이 “3, 4년 후 팀의 주축으로 올라설 선수”혹은 “미래 팀을 이끌어나갈 선수”라며 호명된 신인들을 평가하지만 이제 이러한 말은 반쪽짜리 전망이다. 몇몇 초특급 신인들은 입단과 동시에 핵심전력이 되고 소속팀 전력을 업그레이드시킨다.

2021시즌도 그럴 수 있다. 키움 파이어볼러 장재영과 롯데 좌투수 김진욱, 내야수 나승엽 등 재능만 놓고 보면 최근 4년 신인왕 못지 않은 이들이 프로 데뷔를 준비 중이다. 고교야구 지도자들이 프로를 벤치마킹하고 트래킹 데이터도 도입하면서 아마추어 선수들의 육성 방식 또한 선진화됐다. 무엇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우승,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을 기점으로 유소년 야구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 결과 최근 드래프트 상위 지명자들의 기량도 상향 평준화됐다.

즉 이제는 프로 구단 육성 시스템 만큼이나 선택이 중요하다. 상위 지명자로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당장 이듬해 순위표에서 위치가 결정될 수 있다. 신인왕 투표 4위에 오른 LG 이민호 역시 고졸 신인임에도 선발투수로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드래프트가 곧 구단의 내일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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