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 배우근기자·영상 조윤형기자]너무 기뻤던 것일까. 아니면 짊어지고 있던 부담을 털어낸 후련함 때문이었을까.

한국시리즈(KS) 우승 직후 잠시 정신줄(?)을 놓았던 NC 양의지가 당시 상황을 특유의 덤덤한 표정으로 풀어냈다. 조금은 눈가에 미소를 지었다.

지난달 24일 NC우승 순간, 동료들에 둘러싸인 양의지는 그라운드에 기절한 듯 누워있었다.

양의지는 "너무 좋아서 잠깐 기절했다. 소리도 너무 질렀고. 피가 솟았던 거 같다. 눈을 떴는데 내가 누워 있더라. 나도 모르게 약간 정신을 놓았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NC동료들은 그가 허리를 다쳐 일어나지 못했다고 짐작하기도 했다.

무심한 표정이 트레이드 마크인 양의지의 눈물도 화제가 됐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눈물이 많아졌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한 번씩 눈물 흘린다"라고 멋쩍어했다.

KS 우승 순간은 크게 두 가지 장면으로 기억된다. 배터리가 얼싸안는 장면, 그리고 이어지는 단체 세리머니다. 먼저, 투수와 포수는 우승 후 포옹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이때 투수가 포수에게 안기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데 마무리 원종현과 안방마님 양의지는 수평으로 공중 조우했다.

양의지는 "더 멋있게 할 수 있었는데…"라고 돌아보며 "사전에 서로 맞추지 않았다. 경기가 긴박해 승부에 집중했다. 솔직히 (원)종현이를 안아 올리려고 했는데 서로 겹쳤다"라고 했다.

팀세리머니의 주인공은 단연 집행검이었다. 양의지는 "무거운 줄 알고 두 손으로 잡았는데 가벼워 한 손으로 올렸다. 5kg 정도였다. 세리머니가 강렬하고 멋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다음에 우승한다면 더 멋지게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집행검 세리머니는 해외에서도 화제였다. 광고효과 만점이었다.

NC 유니폼을 입고 2년 만에 입단식 때 한 약속을 지킨 양의지는 "V2, V3를 계속 만들어 나가고 싶다. 그만큼 우승을 많이 하면 팬들에게 좋은 세리머니를 보여줄 수 있다. 집행검 말고도 활, 지팡이 아이템도 있다. 하나씩 만들고 싶다"라고 했다.

아직 올해가 지나지 않았지만 챔피언의 자존심을 내년에도 세우겠다는 의지의 목소리가 묻어났다.

사진 | 강영조·최승섭·박진업·김도훈 기자,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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