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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이번스가 1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프리에이전트(FA) 최주환과 4년 최대 42억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SK 와이번스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따뜻한 밥 한끼가 선수의 마음을 움직였다. 프리에이전트(FA) 영입 경쟁에서 SK가 삼성을 누른 주요 원인 중 하나다.

FA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힌 최주환(32)은 4년 최대 42억원에 SK행을 택했다. 최주환은 “2루수로서 가치를 높게 인정해준 점, 내가 아끼는 등번호 53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제작해주신 점 등이 SK가 나를 필요로한다는 진정성을 느끼게 해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이사께서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해준 것도 의미있었다”고 돌아봤다. 구단 대표이사까지 나서 자신의 필요성을 역설하니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탬파베이 최지만은 “선수들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아주 작은 배려 하나에 감동한다”고 귀띔했다. 자신의 야구 인생을 좌우할 FA 계약이라면, 몸값만큼 마음 편히 뛸 수 있는 기회도 중요하다. 2017년 KIA에 둥지를 튼 최형우도 “선수가 편하게 뛸 수 있는 분위기가 끌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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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이번스가 1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프리에이전트(FA) 최주환과 4년 최대 42억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SK 와이번스

최주환은 SK와 삼성이 영입 경쟁을 했다. 아내의 직장 등 생활여건을 고려하면 수도권에 터를 잡는 게 당연해보이지만, 10개구단 선수 중 절반은 지방을 연고로 두고 있다.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뛰어볼만 한 팀이라는 확신이 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SK 김원형 신임감독도 지원사격을 했다. 두산에서 2년간 함께 생활하기도 해 “같이 하자”고 손을 내 민 것도 돈과 여건 속에서 잠깐 고민하던 최주환의 마음을 움직인 힘이 됐다. 삼성은 최주환에 꽤 높은 금액을 제시해놓고 살짝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선수가 느끼기에는 구단 사장까지 나서 입단을 권유한 SK와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거액을 쥐어주면 따라올 것이라는 발상은 구시대적이다.

마음을 움직이게 할 장치는 그 전에 깔아 뒀다. 최주환은 수비수로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했다. 스스로도 “올해 입단 후 가장 많은 실책(10개)을 했지만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에서 수비를 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수비가 약했던 게 사실이지만, 이제는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야수로서 가치를 인정 받고 싶고, 그만큼 잘 할 자신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심리를 ‘2루수 보장’카드로 만족시킨 SK의 준비도 최주환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잘 준비한, SK 세심한 배려가 삼성과 ‘머니게임’에서 승리한 동력이 됐다. 덕분에 SK는 2022년 대권 탈환 프로젝트의 첫 발을 산뜻하게 내디뎠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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