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히어로즈 이사회 허민 의장.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좌초 위기에 빠졌던 서울 히어로즈 구단이 문제를 빠르게 봉합했다. 구단 이사회 허민 의장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고, 공석이던 대표이사도 내정자를 추대해 총회에 상정했다. 해넘이 전에 내부 문제를 털어내려는 모습을 보여 새 해를 홀가분한 마음으로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허 의장은 31일 구단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선수를 대상으로 라이브피칭을 한 행위에 대해 ‘구단 이사회 의장 신분으로 대단히 부적절하고 신중치 못한 행동이었다. 그간 야구계를 걱정하시는 안팎의 우려에 충분히 공감하며, 과거 논란 당시 공식적인 사과 시기를 놓쳐 이제서야 말씀 드리는 점도 사과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선수 권익 보호에 세심하지 못했던 점을 되새기고 일구회 등 야구인 단체의 지적을 수용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징계에 대한 법적 판단 방침도 철회하고, 직무정지 이후 이사회 의장 본연의 역할만 충실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허 의장은 내년 2월 27일까지 의장으로서 어떤 업무도 할 수 없다. 허 의장의 측근은 이날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은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선수들에게도 따로 사과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잘못은 인정하지만, KBO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는데, 분란을 키우는 게 구단에도 좋지 않다는 판단을 해 공식 사과하고, 법적 대응 방침을 철회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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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히어로즈구단이 31일 이사회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한 허홍 전 NHN서비스 대표이사. 제공=히어로즈

허 의장이 KBO의 직무정지 처분을 받아들여 이날 열린 이사회는 박종덕 사내이사가 대행 권한으로 주재했다. 하송 전대표이사가 사임해 공석이 된 후임 자리에 NC소프트와 NHN에서 재무책임자(CFO)와 경영책임자(CEO)를 역임한 허홍(57) 씨를 내정했다. 허 신임대표 내정자는 하 전대표가 추천한 인물로 일려졌고, 복수의 후보를 놓고 이사들이 심사숙고해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핵심 관계자는 “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받으면 곧바로 이사회를 다시 개최해 대표이사 선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2주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신임대표 내정자는 1986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은행 등 금융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재무통으로 알려졌다. NC소프트와 NHN, NHN서비스 등에서 CFO, CEO를 역임해 실무와 경영 능력을 모두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NHN서비스에서 허 내정자와 함께 일한 한 관계자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성향을 가진 인물”이라며 “특히 NHN서비스는 허 내정자가 재직할 당시 여러 협력사와 의견을 조율하는 업무가 많았는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투명하고 깨끗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도 “재무지식이 풍부하고 경영 능력도 검증된 분이라, 구단 경영 투명화에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았다”고 밝혔다.

허민 의장은 ‘신임대표 내정자가 선임되면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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