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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야구는 운이 크게 작용하는 스포츠다. 아무리 타자가 잘 친 타구도 야수 정면으로 향하거나 호수비에 걸리면 삼진 혹은 평범한 땅볼을 친 것과 같다.
물론 적극적으로 수비 시프트를 펼치는 현대야구에서는 야수 정면타구를 마냥 불운의 영역으로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타자가 이를 의식해 타격 메커닉을 수정하는 것은 더 큰 실패로 이어지기 쉽다. 즉 타자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최대한 좋은 타구,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바빕(Babip:인플레이 타구의 안타 비율)신의 가호가 따르기를…’라는 바람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긴 시즌을 치르다보면 유독 운이 좋은 시기도, 나쁜 시기도 있다. 타율이나 타구속도 대비 Babip가 유난히 높으면 전자, 유난히 낮으면 후자에 속한다. 현재 LG 타자 대부분이 후자다. 6회 김현수의 만루포로 승기를 잡은 지난 25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1회부터 오지환의 중전 안타성 타구와 김현수의 강한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해 아웃됐다. 이처럼 LG 타자들은 강한 타구를 날려도 타율과 Babip가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다. 대표적인 경우가 유강남과 오지환이다.
지난 25일까지 유강남은 타율 0.232, Babip 0.229를 기록했다. 타율과 Babip 모두 2할대 초반인 가운데 Babip가 타율보다도 낮은 극심한 불운과 마주했다. 그러나 트래킹 데이터 전문 업체 스포티스틱스에 따르면 유강남의 올시즌 평균 타구속도는 145.7㎞, 타구속도 150㎞ 이상 비율은 44.7%에 달한다. 지난해 유강남의 평균 타구속도는 140.1㎞, 타구속도 150㎞ 이상 비율은 32.0%였다. 그리고 타율 0.261 Babip 0.290을 기록했다. 평균 타구속도와 비율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유강남은 지난해보다 더 좋은 타격수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오지환의 올해 타율은 0.182, Babip는 0.205다. 그런데 평균 타구속도는 146.1㎞, 타구속도 150㎞ 이상 비율은 46.5%다. 지난해 오지환은 타율 0.300, Babip 0.365로 상당히 운이 따른 시즌을 보냈다. 평균 타구속도는 142.1㎞ 타구속도 150㎞ 이상 비율은 40.0%로 올해보다 낮았다. 오지환 또한 1할대 타율에 머물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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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난해보다 타구속도와 비율이 모두 떨어진 타자도 있다. 로베르토 라모스는 2020년 평균 타구속도 149.1㎞, 타구속도 150㎞ 이상 비율 51.2%를 기록했다. 올해 타구속도는 142.9㎞, 비율은 40.5%다. 2020년 타율과 Babip는 각각 0.278, 0.314, 올해 타율과 Babip는 각각 0.210, 0.239다. 그래도 타율 0.210 타자치고는 타구속도와 비율이 상당히 높다. 라모스 역시 반등 가능성은 충분하다.
LG 구단 또한 당연히 이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류지현 감독이 타자들에게 특별한 것을 주문하기보다 시즌을 넓게 바라보자고 강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팀 타율 0.237로 이 부문 최하위, 팀 Babip도 0.263으로 10위에 있으나 아직 120경기 이상이 남았다. 타자들이 당한 삼진수와 타석당 삼진 비율도 각각 118개와 0.16개로 최소 1위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이형종(2020년 타구속도:140.2㎞·비율:35.5%. 2021년 타구속도:135㎞·비율:24.3%) 외에는 지난해보다 타구질이 심각하게 떨어진 이는 없다.
지금까지 LG는 외국인 원투펀치와 막강 불펜진이 마운드 중심을 잡으며 팀 평균자책점 부문 2위(3.89)에 자리하고 있다. 순위표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과제는 오히려 타선보다는 토종 선발진이 될 가능성이 높다. LG 차명석 단장은 “지금은 타율이 많이 낮은 데 크게 걱정은 안 한다. 한 번 크게 오르는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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