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는 중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애가 몇 시간째 울어요. 유모차도 어떻게 만질지 모르겠어요. 저도 부모인데 어쩔 줄 모르겠어요.” 여기 아내 없이 아이를 홀로 돌봐야 하는 남자가 있다. 싱글 대디의 눈코 뜰 새없는 24시간이 눈물겹다.

넷플릭스 ‘아빠가 되는 중’은 제목만으로 짐작할 수 있듯 육아 영화다. 근심 한 스푼 담긴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포스터 속 케빈 하트를 봐도 대강 그림이 그려진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자녀를 홀로 키우는 아버지의 육아 성장기’라는 클리셰를 따라가는 것으로, 흐름 역시 예측할 수 있도록 전개된다. 큰 위기도 없고 단출한 감정선까지 더해져 대체적으로 뻔한 전개로 점철됐지만, 부성애를 다룬 흔치 않은 작품이라는 점과 하트의 담백한 연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만한 영화’로 만들어줬다.

아빠가 되는 중

영화는 이제 자녀까지 생겨 더욱 다복한 가정을 꾸리게 된 맷(케빈 하트 분)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맷의 평범하고도 벅찬 일상은 아내가 출산 후 갑작스레 사망하며 산산조각이 난다.

홀로 딸을 키워야 하는 중책을 맡은 터라, 감정을 제대로 추스를 새 없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던 맷. 양가 부모님이 아이를 돌봐주겠다고 손을 걷어붙이고 나서지만, 홀로 해내겠다 호언한다. 그 과정에서 생긴 갈등까지 당찬 포부로 돌파했는데, 실제 피부로 맞닿은 육아는 만만치 않은 존재였다.

딸의 배앓이로 잠을 설치는 건 기본에 기저귀 갈기, 이유식 만들기, 재우기 등 끝없이 이어진 보살핌에 일상이 마비된다. 일터에서도 온 정신을 아이에게 쏟아 난처한 상황도 이어진다. 실수도 남발해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을 희생하고 딸을 사랑하는 법을 터득하며 성장해나간다.

아빠가 되는 중

줄거리만 놓고 보면 딱딱하기만 할 법 하지만, 영화는 소소한 웃음을 뿌려 피식하게 하는 재미를 준다. 이는 정형화된 플롯을 모른 채 지켜보게 하는 은근한 저력이 된다. 공감을 자아내는 하프의 잔잔한 생활 연기도 작품의 매력을 끌어올렸다. 강렬한 한방은 없지만 힘을 뺀 편안한 연기로 몰입도를 높인다. 사실 그는 코미디언이기도 해 평소 유쾌한 면모가 가득하지만, 웃음보다 묵직한 연기에 집중해 이 또한 묘미로 다가온다.

다만 감동의 깊이가 적은 건 아쉽다. 부족한 내면 묘사와 싱거운 전개 탓인데, 이는 지루함도 주고 부성애가 온전히 표현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관객과 캐릭터가 심리적으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소재임에도, 조금의 거리감이 있다. 강약 조절 없이 미적지근하게 끌고 간 스토리라 뒷맛도 조금 맹맹하다.

사진ㅣ넷플릭스,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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