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진짜 리스크가 또 터져나왔다. 허위이력 논란에 휩싸인 아내 김건희씨나 ‘콩가루’ 선대위의 내부분열 보다 더 심각하고 근원적인
‘윤석열의 입’이라는 리스크다.
이준석 공동선대위원장과 조수진 공보단장이 동시에 선대위에서 사퇴한 다음날인 22일 윤 후보가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학생들과 가진 미팅에서 또 한바탕 실언 릴레이를 펼쳤다.
차별금지법 관련 이야기를 하던 중 “극빈한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는 황당한 발언으로 1차 논란을 빚었다.
이어 청년실업률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중에는 “조금 더 발전하면 학생들이 휴대폰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을 깔면 어느 기업에서 지금 어떤 종류의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실시간 정보로 얻을 수 있을 때가, 아마 여기 1, 2학년 학생이 있다면 졸업하기 전엔 생길 것 같다”는 놀라운 식견(?)을 드러냈다.
|
윤 후보의 발언이 알려진 22일 오후 각 포털사이트 뉴스에는 수천개의 조롱 댓글이 달리며 한바탕 개그전쟁이 벌어졌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는 “휴대폰으로 기업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는 때가 온다”는 윤 후보의 철지난 미래 예언이 큰 웃음을 안겼다.
누리꾼들은 “오늘도 후보님 덕에 웃으면서 퇴근합니다 ㅋㅋㅋㅋ” “20세기에 인터뷰한 거 맞지?” “잡코리아 의문의 1패” “여러분 곧 있으면 폰으로 돈도 보낸다네요. ㄷㄷ” “글치. 미래엔 국제우편이라는게 생겨 미국에 편지도 보낼 수 있단다” “말같은 소리를 해야지. 앱으로 음식도 배달한다고 하지, 왜?” “교차로 어떡하냐” “얘 누가 녹였냐? 동면 20년 한 모양인데”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 발언이 워크넷, 잡코리아, 사람인 등 이미 대부분의 회사와 구직자가 관련 앱을 이용한지 10년도 더 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무지에 가까운 발언이라면 빈부 격차를 지능의 차이로 보는 인식은 더 충격적이고 놀랍다. 게다가 그저 실언이라고 하기에는 유사한 발언이 자주 반복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이날 강연에서 “극빈한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 한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앞서 실언으로 치부된 각종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그는 앞서 “가난한 사람은 불량식품이라도 선택할 수 있게, 싸게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쉴 수 있어야 한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에서나 하는 것” 등 사회 극빈층을 동등한 인권과 인격을 갖춘 존재에서 제외하는 천박한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정말 대선후보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나 싶은 발언에 누리꾼들은 “잘 배웠다고 모두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몸소 잘 보여주고 있네” “와. 대한민국을 망하게 하려고 침투한 외계인이 분명하다” “503호는 그나마 엘리트 지식인이었네” “어이구야 졌다”라는 반응이었다.
한편 윤 후보는 호남지역 1박2일 일정 첫째날인 22일 전북대를 찾아 대학생들과 함께한 타운홀미팅에서 n번방 방지법과 차별금지법에 대해 묻자 “극빈한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동체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사회에서 산출된 생산물이 시장을 통해 분배된다. 저는 상당한 정도의 세금을 걷어, 어려운 사람과 함께 나눠서 교육과 경제 (기반)의 기초를 만들어주는 게 자유의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되자 재차 설명하는 익숙한 일이 또 반복됐다. 윤 후보는 앞서도 실언과 설화 이후 자기 발언을 왜곡했다며 해석을 이어가곤 했는데, 대선후보가 자신의 생각을 논란 없이 전달할 수준의 사고력과 어휘력을 못 갖췄다는 것도 참으로 심각한 일이다.
그는 극빈층 비하 아니냐는 질문에 “그분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분들을 도와드려야 한다고 얘기한 것이다. 사는 데 끼니 걱정을 해야 하고, 사는 게 힘들면 그런 거(자유)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라며 “다 같이 자유를 느끼게 하려면 그분들(극빈층)에게 좀 더 나은 경제 여건이 보장되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서 자유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해줘야 한다. 모든 국민이 자유인이 돼야지, 많이 배우고 잘사는 사람만 자유인이 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검열의 공포’를 거론하며 n번방 방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 윤 후보는 ‘n번방 방지법’과 ‘차별금지법’에 대한 생각을 재차 밝혔다. 그는 “텔레그램과 같이 외부 서버가 있는 곳은 규제가 잘 안 되고, 성 착취물 스크리닝이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통신의 비밀이 좀 더 보장될 수 있게 연구해서 손보자는 것이다. 법의 대대적인 개정보다는 법 집행 시 기술적인 문제들을 살펴 법령에서 약간의 개정이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선 “가장 문제 되는 게 동성혼이다. 혼인의 법적 효력을 이성 간 혼인 효력과 똑같이 인정할지 문제는 당사자뿐 아니라 자녀와 다른 가족,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많다. 개인의 성적 지향과 결정은 차별할 수 없는 문제지만, 다른 사람에게 법률적·경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데 있어선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국회에서 의석수로 통과시켜 법을 강제할 수 있지만 헌법과 매치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gag11@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