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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글·사진 | 이주상기자] “우치하 송이 욕했을 때 더 재미있게 싸우고 싶었다. 그래서 욕을 했고 일반인들도 좋아할 만한 개싸움을 만든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
기대에 못 미쳤지만 호탕함만은 변함이 없었다. 지난달 18일 잠실 롯데월드 아프리카 콜로세움에서 아프리카TV-로드FC 리그(ARC 007)가 열렸다. 메인이벤트는 무제한급에서 맞붙은 설영호(28·이천MMA)와 우치하 송(25·아카츠키/딥앤하이)의 대결이었다. 두 선수는 지난해 커다란 화제를 모은 격투프로그램 ‘파이트클럽’의 스타들이었다. 특히 우승을 차지한 설영호는 수많은 격투기 팬들의 시선을 끌 정도로 인기 만점이었다. 화려한 격투기 실력에 앞뒤 안 가리는 거침없는 스타일이 팬들을 매료시켰다.
정문홍 ROAD FC 회장과 김대환 대표가 첫눈에 미래의 ROAD 파이터로 점찍을 정도였다. 야수와 같은 본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치하 송과의 대결에서 설영호는 기대와 달리 판정승으로 경기를 끝냈다. 비록 승리했지만, 팬들은 초반 KO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설영호는 경기 중 욕설을 날려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자신보다 15kg이나 무거운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테지만 판정승은 팬들의 눈높이와는 다른 결과였다.
설영호는 “나도 그다지 기분 좋지 않다”라며 팬들의 질타에 수긍하면서도 “우치하 송이 욕을 하자 경기를 더 재미있게 만들고 싶었다. 나도 욕하면서 일반인들도 좋아할 만한 개싸움을 만들었다. 불편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솔직한 말과 웃음 때문이랄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설영호의 매력이다. 한편에서는 이번 대결을 두고 “설영호가 대한민국 격투기의 결을 바꾸어 놓았다”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제 한 걸음을 내디딘 설영호다. 그의 행보가 시선을 끌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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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훈련과 전략으로 임했는지 궁금하다.
방송일이 바빠서 일주일에 한 번 씩 원주로드짐의 김수철 관장과 김대환 대표한테 조언받았다. 새벽에 산에 오르면서 러닝을 했고, 방송이 끝나면 혼자 샌드백 때렸다.
- 1라운드에서는 밀렸는데, 그때의 기분은.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체중 차이가 크게 나서 받아치는 건 위험하다고 김수철 세컨드가 말했다. 가드를 바짝 올리고 케이지를 돌면서 우치하 송의 체력을 소진하는 전략을 썼다.
- 우치하 송이 먼저 가운데 손가락 욕을 했다.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생각했다. 나도 맞받아치면서 경기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고 싶었다. 개싸움을 만든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다.
- 타격 외에는 이렇다 할 강점이 안보였다. 숙제는.당연히 모든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싸움이 좋아서 혼자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훈련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실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격투기에 관한 새로운 유튜브가 나오면 그대로 따라 하면서 훈련할 생각이다.
- 케이지에 오르면서 여유가 넘쳤다. 긴장했을 텐데.긴장은 하나도 안 했다. 그냥 재미있었고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 엔터테이너, 크리에이터로서의 자질이 풍부하다. 앞으로 파이터 외에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날것으로 싸우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싸울 생각이 없다. 그냥 낚시하면서, 방송 촬영하면서 놀 생각이다. 팬들이 그 모습에 만족한다면 그걸로 감사하는 마음 가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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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대회의 관심이 기대 이상이라고 들었다. 점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감사하고, 너무 감개무량하다.
- 성격이 굉장히 긍정적이고 호방하다고 들었다.유튜브나 방송에서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이 원래 내 모습이다.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다. 꾸미는 것도 싫어하고, 남 눈치 보는 것도 싫어하는 성격일 뿐이다.
- 예전에 우울증으로 할 말을 하지 못하는 등 정신적으로 힘들고 아팠다는 영상을 봤다.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극복은 못 했다. 살면서 고통이 무뎌진 것뿐이지 비결은 없던 것 같다. 그 상황까지 가면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들리고 헛소리처럼 들린다. 숨이 붙어있어서 살아있던 것 같다.
- 격투기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중학교 2학년 때 너무 괴롭힘을 심하게 당해서 동네에 있는 무에타이 체육관을 다녔던 게 이렇게 됐다.
- 격투기의 매력은.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이자 인간이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거짓 없는 투쟁이어서 좋다. 나한테 격투기는 예술이자 삶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 파이터로서의 강점과 특기는.배운 게 없어서 강점도 없고 특기도 없다. 자신 있는 게 하나 있다면 긴장을 안 하는 게 장점이다.
- 훈련스케줄이 궁금하다.새벽 6시에 일어나 5km 달린 후 웨이트에 집중한다. 오전 훈련이 끝나면 저녁 훈련까지 방송한다. 오후 7시에 주짓수 체육관에 들러 9시까지 훈련한다. 자기 전에는 유튜브로 이것저것 구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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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모델은.
설영호.
- 취미는.만화방 가기, 집에서 멍때리기 등이다.
- 아직 닉네임이 없다.이번 대회에서 사용한 ‘낮도깨비’는 아는 동생이 닮았다고 해서 쓰게 됐다. 팬들이 근육이 탄탄하다고 해서 ‘금강야차’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설영호가 좋다.
- 경기 후 ‘선플’도 많았지만 ‘악플’도 만만치 않았다.이제 머리도 안 아프고 건강한데, 악성 팬들 그리고 몇몇 개념 없는 사람들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마음 아파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보인다. 나는 괜찮다. 내 걱정은 최대한 뒤로 밀어두었으면 좋겠다. 팬들에게 늘 사랑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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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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