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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는 현실이었다. 4년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에 8개의 금메달을 안겨다주며 ‘신흥 효자 종목’으로 떠오른 볼링.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예기치 않은 변수로 첫날부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23일 안양호계볼링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볼링 남자 개인전에서 스쿼드 A경기에 나선 박종우 홍해설 강희원 신승현, 스쿼드 B경기에 나선 최복음 김경민 등 6명 선수가 6게임 합산 점수에서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부진의 원인은 볼링장 마룻바닥의 오일과 패턴. 볼링은 오일이 레인에 어떤 모양으로 도포되느냐에 따라 핀 공략이 달라진다. 아시아볼링연맹(ABF)은 이번 대회에서 그동안 세계텐핀볼링협회(WTBA)가 국제대회에서 사용한 인피니티 오일과 12종류의 레인 패턴을 적용하지 않았다. ‘아이언’이라는 낯선 오일로 마룻바닥을 완전히 바꿨다. 강대연 볼링대표팀 총감독은 “파울라인부터 핀까지 60피트(약 18m)다. 그 사이 오일이 있는데, 보통 파울라인부터 30~35피트까지 칠해진 건 쇼트코스, 36~40피트가 미디엄코스, 41~45피트가 롱코스다. 각각 4개씩 12개의 패턴을 두고 WTBA가 주관한 대회에서 추첨해 사용했다. ABF가 갑작스럽게 교체한 건 한국 볼링의 독주를 막기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 인피니티 오일의 점도는 36이다. 그러나 아이언은 46으로 끈적끈적한 성분이 짙게 배여 있다. 국내 선수 대부분 볼의 회전이 빠른 파워 볼러 유형이 많은데, 회전력을 떨어뜨리는 아이언 오일로 고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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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감독은 “남녀 대표팀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을 일찌감치 떠났다. 한달 전부터 호계볼링장에서 레인을 익히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마룻바닥 성분이 바뀌면서 공도 바꿔야 했다. 생각보다 마찰력이 떨어져서 적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피니티 오일에서 치면 평균 230점 정도 나오는데, 아이언에선 약 10점 이상은 떨어지더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이날 출전 선수 103명 중 6게임 평균 220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해외 볼링계 관계자들은 한국을 ‘로봇볼링’으로 묘사하고 있다. 1978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지난 광저우 대회까지 볼링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적이 없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도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전 선수가 일정한 폼으로 매 대회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는 것에 놀라워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번 대회처럼 보이지 않는 ‘지뢰’를 설치하는 등 견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강 감독은 “볼링계는 2024 하계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이제 한국 볼링도 장기적으로 (견제에)대응할 만한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며 “소년 체전 등에 나서는 어린 유망주를 주도면밀하게 관찰해야 하고, 다양한 환경의 국제 무대에도 출전하는 등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양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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