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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선발 투수로서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LG 류지현 감독이 영건 이민호(21)에게 애정어린 조언을 남겼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좋을 때와 나쁠 때가 교차하기 마련인데, 어떤 상황이어도 자신의 책무를 잊지 말라는 당부다.
이민호는 지난 12일 잠실구장에서 치른 KIA와 홈 경기에 선발등판해 3.2이닝 동안 안타 10개(1홈런)를 맞고 7실점했다. 선발투수가 4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해 LG는 7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선발투수가 매번 최상의 컨디션으로 마운드에 오를 수는 없다. 오히려 살짝 아쉬운 컨디션으로 등판하는 게 더 많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닷새 혹은 엿새에 한 번씩 등판하는 선발투수는 최소한 6이닝은 버텨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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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예정된 KIA전이 비로 취소된 이후 만난 류 감독은 “(이)민호의 성적을 날짜별로 들여다봤다. 등판일지뿐만 아니라 트랙맨 데이터도 함께 비교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수치상으로는 달라진 게 없다. 릴리스포인트가 3~4㎝가량 낮아진 것을 제외하면 좋을 때와 안좋을 때 수치는 비슷했다”고 말했다. 팔이 처지는 원인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몸에 통증이 생겼을 수도, 힘을 과도하게 쓰려다 밸런스가 흐트러졌을 수도 있다.
류 감독은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프로 3년차이기 때문에 신체적으로는 프로 선수 다운 모습을 갖췄다”고 말했다. 투구 메커니즘을 분석해 교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볼 움직임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이민호는 속구 각이 매우 중요하다. 팔이 떨어지면, 속구가 날아드는 각이 달라져 투심 패스트볼이나 슬라이더 위력이 반감된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도 릴리스포인트가 낮아져 난타당했고, 교정을 통해 구위를 회복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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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문제로 원하는 투구를 못하더라도 선발이라면 최대한 버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류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실점한 뒤 전투력을 상실하는 듯한 모습이 마운드 위에서 보였다. 어린 선수여서 감정 기복이 심할 수 있다고 보지만,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이민호는 마운드 위에서 누구보다 투쟁심 있고 공격적인 투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이닝을 버텨내려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런 게 선발 투수로서의 책임감이자 의무”라고 꼬집었다.
LG는 포스트시즌 진출 그 이상을 노리고 있다. 케이시 켈리와 아담 플럿코를 제외하면 큰경기에 믿고 맡길 만한 선발투수가 없다. 이민호가 임찬규와 함께 기본 이상 역할을 해줘야 가을야구에서 승산이 생긴다. 이민호를 향한 류 감독의 애정어린 질타는 한 두 경기 실패에 관한 게 아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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