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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전주=정다워기자] “ 축구는 제 일이고 팀원들도 함께 중요한 경기를 준비했다. 티를 낼 수 없어 경기에 집중했다.”
감비아 출신의 전북 현대 외국인 선수 바로우는 7일 오전 비보를 들었다. 바로 어머니의 작고 소식이었다. 이날 전북은 울산 현대와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바로우의 가족사는 팀에도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였다. 그런데 가족을 잃은 슬픔을 뒤로 하고 바로우는 출전을 강행했다. 동료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지 않은 채 묵묵하게 경기에 출전했다.
경기의 주인공도 바로우였다. 바로우는 0-1로 뒤진 후반 13분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의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패하면 승점 9 차이로 벌어져 사실상 우승 레이스에서 이탈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소중한 무승부였다.
바로우의 활약 자체도 드라마틱 했다. 그는 전반전 내내 카운터 파트너로 경쟁한 김태환에 막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태환은 반칙성 플레이도 불사하며 바로우를 꽁꽁 묶었다. 공교롭게도 전반 7분 엄원상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는 장면에서는 바로우가 김태환에게 공을 빼앗긴 게 실점의 원인이 됐다. 주심이 VAR을 실시할 정도로 반칙에 가까운 플레이였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전북은 어렵게 경기를 시작했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안 풀리는 바로우를 반대편인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려 했다. 그런데 바로우는 오히려 왼쪽에서 김태환과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결국 김 감독은 바로우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그는 후반 들어 김태환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며 동점골까지 터뜨렸다.
경기가 끝난 후에야 바로우는 “저와 가족에겐 힘든 날이었다. 오늘 오전 9시 정도에 와이프를 통해 소식을 들었다”라며 “그래도 축구는 내 일이고 팀원들도 함께 준비했으니 티를 낼 수 없어 경기에 집중했다. 울산전은 중요한 경기였다. 경기에 더 집중하도록 나를 더 강하게 몰아붙였다. 이제 가족에 대해 더 생각하려고 한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더불어 “김태환은 좋은 수비수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압박하는 선수를 좋아한다. 더 의욕이 생긴다. 경기를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저에게 달라붙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후반에 체력적으로 힘드니 공간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영국에서도 이런 압박을 경험해봤다. 익숙하다”라며 김 감독에게 왼쪽에서 더 뛰겠다는 의견을 밝힌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 경기에서 전북은 울산을 압도했다. 특히 후반전에는 훨씬 더 많은 기회를 만들며 우세한 경기를 했다. 울산이 90분간 기록한 21회의 반칙은 전북의 공세가 얼마나 거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승리라는 이상적 시나리오는 완성하지 못했지만 전북은 울산을 상대로 특유의 위닝 멘탈리티를 회복한 모습이다. 지난 경기 승리에 이어 경기력으로 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만큼 마지막 맞대결에서는 더 큰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전망이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경기력이 살아나며 역전의 불씨를 살린 점도 고무적이다.
바로우는 “승점 6은 두 경기 차이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 다른 리그에서도 6점을 뒤집는 경우가 있다. 우리 경기에만 집중하면 추격도 가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도 “울산을 상대로 홈에서 준비한 것 이상으로 좋은 경기를 했다”라며 “승점 3을 따지 못해 아쉽지만 아직 우승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는 희망을 줬다”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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