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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경호. 제공 | 매니지먼트 오름

[스포츠서울 | 김민지기자] ‘1조원의 남자’ 최치열은 ‘남행선의 남자’가 되며 변화한다. 잃어버린 입맛을 찾고, 표정이 생기고, 잔정 있고 눈물도 많던 자기자신으로 돌아온다. 차갑고 불꺼진 냉동고같던 최치열의 심장에 ‘탁’하고 등이 켜진 것같은 변신은 정경호를 통해 생생한 온기를 발산했다.

대한민국 사교육계를 배경으로 힌 tvN주말극 ‘일타 스캔들’은 일타강사 최치열(정경호 분)과 국가대표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전도연 분)의 설렘 유발 로맨스에 쇠구슬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스릴러를 버무린 로맨스릴러물로 인기를 모았다.

정경호는 극 중 예민해진 성격 탓에 섭식장애를 겪을 만큼 매 순간 강의만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수학 일타강사 최치열 역으로 분했다. 현실에서 직접 만나 배우고 싶은 일타강사를 완벽하게 표현해냈지만, 그 자신은 ‘수포자’라 쉽지많은 않았다고 말했다.

정경호는 “일타 강사에 대해서도 몰랐고, 수학은 특히 아예 몰랐던 부분이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하더라”면서 “수학 공식 같은 경우는 어처구니 없이 모르다 보니 통으로 외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속사정을 말했다.

그런데 외우는게 끝은 아니었다. 그는 “칠판에 쓰는 건 다른 세계더라. 학생들을 바라보며 말하면서 칠판에 쓰는 건 또 어려웠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저렴한 칠판을 구매해서 자문 선생님이었던 안가람 선생님과 함께 두 달 정도 연습했다”라고 숨은 노력을 털어놨다.

“소위 잘나간다고 하는 선생님들의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선생님마다 학생들을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이 다 다르더라. 최치열은 따뜻한 말 한마디, 발차기 등으로 학생들을 집중시킨다. 그냥 나답게 할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했던 것 같다.”

수많은 학생 앞에서 수학 강의를 해야하니 긴장도 많이 했다. “목동에 위치한 논술학원을 빌려서 촬영하는데 실제로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온다. 강의실 앞에 서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속옷이 다 젖을 만큼 긴장을 했다. 한 번은 문제 풀이 과정과 답까지 나와 있는 영상을 보면서 외워서 풀이했는데 틀린 적이 있었다. 첫날에 그렇게 실수를 한 이후부터 정말 정신 바싹 차리고 했는데도 너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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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 출처 | tvN

17년 만에 로맨스 코미디 연기로 돌아온 전도연과 정경호의 호흡 역시 단연 화제였다. 두 사람의 키 차이부터 애틋한 눈빛까지, 로맨틱 코미디 연기 장인들이 만나 설렘을 유발한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실제로 전도연과의 호흡은 어땠냐는 물음에 정경호는 “감히 이런 얘기 드리기 어렵지만 누가 과연 전도연 선배님과 호흡이 안 좋을 수 있을까 싶다. 어렸을 때부터 전도연 선배님의 연기를 굉장히 좋아했고 늘 감명 깊게 보고 있었다”라며 팬심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저는 20년 동안 연기하면서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채널이 생겨나고 쉽게 영화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생기면서 빠른 변화에 따라 연기를 맞춰가려고 했다. 그런데 전도연 선배님과 연기를 하면서 역시 변하지 않는 것을 갖고 있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30년 넘게 갖고 계신 말투, 호흡, 웃음소리, 특히 한결같은 다정함까지 너무 좋아서 모니터링을 다시 보곤 했다. (전도연과 함께 연기한 건) 영광이었던 순간들이다”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일부 드라마 팬들은 치열과 행선의 러브라인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아 아쉬워하는 반응도 보였다. 정경호 역시 아쉬움을 드러내며 “꽁냥꽁냥한 멜로가 잘 보였던 것 같아서 재밌었다. 개인적인 바람은 행선과 치열이가 연애하는 과정들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연애를 시작하는 과정까지가 재밌지, 연애하고 나면 재미없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점을 작가님도 잘 알고 계시지 않았을까”라고 덧붙였다.

‘일타 스캔들’은 로맨스를 통한 최치열의 성장 과정을 담아낸 드라마이기도 하다. 집 냉장고엔 물 밖에 없지만 ‘1조 원의 남자’라는 수식어에 자부심을 느끼던 최치열은 남행선을 만나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정경호는 “치열하게 살아오던 최치열은 따뜻함을 얻게 되면서 많이 변화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최치열만의 성장 드라마이지 않았나 싶다. 어머니의 따뜻한 밥으로 이어진 행선과의 운명적인 만남 이후 연애를 하고 한 가족이 되면서 성장한 것 같다”라며 이번 작품의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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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경호. 제공 | 매니지먼트 오름

정경호는 ‘일타스캔들’에 이어 올해 중으로 개봉하는 영화 ‘보스(가제)’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랠 예정이다. 정경호를 비롯해 조우진, 박지환, 이규형, 오달수, 황우슬혜, 정유진 등이 출연하는 코믹 액션물로 라희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올해 활동 계획에 대해 정경호는 “4월 말쯤에서 5월부터는 최대한 나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너무나도 감사하지만 안 쉬고 일을 해왔던 것 같다. 내가 성장하고 변해가는 걸 작품 속 역할을 통해 풀고 그 변화에 만족했던 것 같다”라며 “기회가 된다면 조금 쉬면서 나를 채우고 더 단단해져야 앞으로 더 수월하게 연기를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드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mj98_2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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