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우완 스티브 블래스(81)는 1971년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당시 막강 전력의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2승 평균자책점 1.00을 기록했다.
1972년에는 생애 최다 19승8패 2.49로 첫 올스타에 뽑히기도 했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필라델피아 필리스 좌완 스티브 칼튼에 이어 2위에 랭크됐을 정도로 우수한 선발투수였다. 이해 249.2이닝을 던졌다.
그러나 31세 때인 1973년 블래스는 갑자기 곤두박질한다. 원인을 찾지 못했다. 88.2이닝을 던지고 109안타, 84볼넷, 12사구를 허용하며 시즌 3승9패 평균자책점은 9.85가 된다. 몸에 맞는 볼 12개는 MLB 최다였다.
1974년 스프링트레이닝에 합류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1경기에 등판해 5이닝 동안 5안타 7볼넷 8실점(5자책점)하고 더 이상 MLB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다. 사실상 은퇴였다.
블래스는 통산 103승76패 3.63을 기록하고 훗날 피츠버그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은퇴 후 방송해설자로도 이름을 날렸다.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 인상이다.
블래스는 1972년 사이영상 2위에 오른 뒤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야구계에서는 이를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이라고 이름 붙였다.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구사하지 못하는 것 외에도 2루수가 1루에 정상적인 스로잉을 하지 못할 때도 이를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이라고 한다.
투수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활동했던 좌완 릭 앤키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마무리 마크 홀러스, 플로리다 말린스 좌완 돈트렐 윌리스 등이 이 증후군으로 투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다. 현 콜로라도 로키스 불펜 투수 대니엘 바드도 이 증후군에 시달린 뒤 마운드에 복귀했다. 앤키엘은 타자로 변신해 선수 수명을 연장했다.
전 내셔널리그 신인왕 출신이었던 LA 다저스 스티브 색스, 미네소타 트윈스와 뉴욕 양키스에서 활동한 척 노블락은 2루에서 1루 송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2루수들이다. 노블락은 포스트시즌 때 2루에서 관중석으로 던졌다.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은 야구에서만 벌어지는 독특한 증세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알렉 마노아(25)의 올 시즌 부진을 보면서 어느 날 갑자기 보통 투수로 전락한 스티브 블래스가 기억났다. 물론 마노아가 블래스 증후군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야구는 어느 날 갑자기 원인도 모르고 투구, 타격 밸런스 등을 잃어버리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6월 7일 메이저리그에서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마노아는 28일 플로리다 루키리그 재활 등판에서 난타당했다 2.2이닝 동안 2홈런 포함해 10안타에 11실점 했다. 빅리그에서의 부진이 루키리그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마노아는 지난해 16승7패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했다. 196.2이닝에 51볼넷 180삼진, WHIP 0.992로 AL 사이영상 3위에 올라 2023시즌 에이스로 복귀가 점쳐졌다.
하지만 13경기 선발 등판해 1승7패 6.36으로 부진하자 구단은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내는 특단의 조처를 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원인을 코칭스태프도 본인도 찾지 못하고 있다. 피지컬, 멘탈, 매캐닉 등을 모두 점검했을 것이다.
잘 나가는 농구 선수가 프리드로우와 슈팅이 부진하고 축구 선수의 슛이 시즌이 바뀌어 갑자기 계속 허공을 가르는 경우는 드물다. 야구에서만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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