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제주=장강훈기자] “팬들 덕분이다. 시작부터 함께해 주신 것 아닌가. 열정은 그대로인 만큼 더 좋은 모습 보이겠다.”

한일 통산 8승을 따낸 김해림(34·삼천리)은 최근 팬클럽에서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제주 더 시에나 컨트리클럽(파72·647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총상금 8억원) 공식 연습라운드 때 팬이 선물한 커피차로 더위에 지친 동료들에게 시원한 음료를 제공했다. 팬클럽은 통산 여섯 번째 300경기 클럽에 가입한 김해림을 축하하기 위해 커피차로 감동을 안겼다.

대회 첫날 1언더파 공동 27위에 오른 김해림은 “300클럽에 가입해 뜻깊다. 오래 뛰었구나 싶은데, 한국에서만 300번째 대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름 꾸준하게 생활했구나 싶다”며 웃었다. 생애 첫 우승(2016년5월8일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순간이 떠오른다던 그는 “후배들이 ‘저보다 더 오래 선수생활할 것 같아요’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나이는 들었지만, 후배들보다 골프를 대하는 열정만큼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해림은 “골프가 정말 좋다”고 말했다. 식지 않는 열정은 좋아하기 때문이다. “성취했을 때 희열이 너무 좋다”고 눈을 반짝인 김해림은 “신인 시절과 비교하면 체력이 40% 수준밖에 안되는 것 같지만,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성격이어서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골프에 임하는 자세는 신인 못지않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면 회복 속도가 더디다.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김해림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체력 부담을 이겨내고 있다. 그는 “홍란 선배의 359개 대회 출전 기록은 깨고 싶다. 가능하다면 불혹까지 현역으로 뛸 것”이라고 말했다. 투어 선수로 불혹을 넘긴 뒤 곧바로 시니어투어로 전향해 환갑까지 선수생활하는 게 목표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못하므로 일단 골프 선수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연애든 결혼이든 고려할 것”이라는 말로 골프에 대한 진한 애정을 대신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고민도 있다. 이날도 “샷은 좋은데 그린 주변 어프로치 실수가 더러 나왔다. 타수를 더 줄일 수 있었지만 그린 주변 실수 탓에 1언더파에 머물렀다”고 돌아봤다. 핀 위치가 까다로운 것도 있고 낯선 골프장인 점도 영향을 끼쳤지만, 같은 조건이어서 핑계일 수 없다. “고지원(1라운드 8언더파 단독선두)이 얼마나 잘쳤는지 체감한 하루였다. 바람도 수시로 바뀌는 등 쉽지 않은 코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커버리 능력이 좋은 선수였다. 지금은 입스를 걱정할만큼 어프로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60세까지 뛴다면 ‘리커버리가 좋은 선수’ ‘어프로치 잘하는 선수’라는 이미지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연히 10승을 채우는 것도 그의 목표에 담겨있다.

팬에게 받은 사랑을 통큰 기부로 돌려주는 김해림은 “사랑의 열매를 통해 매년 기부처를 지정해서 도움을 주고 있다. 더 많이 하려면 상금을 더 벌어야 한다”며 웃었다. 김해림이 기부한 액수는 5억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지치지 않는다. 김해림도 “골프를 잘하고 싶다. 욕심이 계속 생긴다”면서 “선수 생활을 오래하려면 시드를 유지해야 한다. 이번대회를 포함해 하반기에 성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골프에 대한 열정만 놓고보면 에너자이저가 따로 없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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