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뉴욕 양키스는 28일 현재 62승68패다. 아메리칸리그 동부 지구 선두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19.0, 와일드카드에 11.0 게임 차다.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 건너갔다. 개막전 양키스 팀 연봉이 2억7900만 달러로 전체 2위였다.
성적이 부진하면 원인과 희생양을 찾게 된다. 전문가와 팬들은 애런 분 감독의 지도력보다 브라이언 캐시맨 GM을 비난한다. 캐시맨 스스로도 인정한 게 2023시즌에 대비한 선수들의 잘못된 평가다. 그러다 보니까 로스터 구성에 문제가 드러나면서 시즌 전 지구 우승 후보가 꼴찌로 추락한 원인이 됐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시즌 전 월드시리즈 진출 후보로 꼽혔다. 주말 밀워키 브루어스에 스윕당하면서 61승70패로 승률 5할 마이너스 9로 시즌 최악의 성적표다. 역시 가을야구는 물거품 됐다. 성적 부진은 책임은 봅 멜빈에게 향하지 않는다. 후안 소토, 매니 마차도, 잰더 보가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다르빗슈 유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 탓이다.
KBO리그에서 성적이 부진할 때 단장이나, 선수의 부진으로 돌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팬들은 당장 감독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이유가 있다. KBO리그는 감독 역할이 거의 절대적이다. 감독 자체도 부임 때부터 전력과는 상관없이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착각한다. 팬들을 향한 립서비스라고 하기에는 팀의 정확한 전력 평가가 되지 않는다. 구단 역시 경쟁력 있는 전력을 만든 뒤 감독에게 성적을 요구하는 게 순서다.
많은 감독은 취임 일성부터 팀 문화를 바꾼다며 거창하게 나온다. 심지어 선수 용모를 짚으면서 교장 선생님 수준의 훈시를 한다. 프로 선수에게 왜 용모를 거론하나. 시대와 동떨어진 강훈련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한다. 장기 레이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야구에 대한 겸손함이 부족하다. 전지전능한 인물이 KBO의 감독이다. 본인들이 뱉은 말이 있는 터라 성적 책임도 고스란히 감독 책임이다.
현재 현역에서 물러난 짐 리랜드 감독(78)은 3차례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명장으로 꼽힌다. 애연가로 더그아웃에서 담배를 피운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1997년 신생팀 플로리다 말린스를 최초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다.
2006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사령탑을 맡았다. 구단과 팬들은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리랜드는 기자회견 때 “나는 구세주가 아니다. 전력을 업그레드이드 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라고 해 팬들의 WS 우승과는 거리가 있는 취임사를 했다. 비록 우승은 실패했지만 리랜드는 디트로이트 재임 8년 동안 두 차례 WS에 진출했다.
현재 LG 팬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중요한 시기에 3연패의 늪에 빠져서다. 염경엽 감독은 이미 2019년 SK에서 시즌 막판 9.0 게임 차가 뒤집어져 한국시리즈 정상을 놓친 전력이 있다. LG가 정규시즌 1위를 지키는 것은 선수의 기량 발휘보다 염 감독의 지도력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MLB와 KBO리그 차이 가운데 두드러지는 게 작전이다. KBO리그는 작전이 너무 잦다. 선수 기량이 감독의 눈높이에 안맞으니 작전으로 커버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이는 선수의 역량을 제한한다. 많은 히트 앤드 런이 올 시즌 LG 벤치에서 나왔다.
MLB 사상 양 리그를 정상으로 이끈 감독이 2명이다. 스파키 앤더슨과 토니 라루사다. 라루사 감독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이었을 때 MVP 앨버트 푸홀스 타석에서 히트 앤드 런이 나왔다. 경기 후 푸홀스가 발끈해 라루사의 작전을 비판한 적이 있다.
야구는 선수 몫이다. 감독은 리더십으로 최상의 오더를 짜고 적시에 투수를 교체하는 게 최우선이다. 경쟁력이 부족한 팀을 맡고서도 우승을 운운하는 발언은 자제하는 게 좋다. 야구는 그렇게 간단한 경기가 아니다. 감독이 총대 메고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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