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성보람기자] ‘쌀딩크’ 우리는 이 한마디로 그를 떠올릴 수 있다.
2017년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해 6년간 베트남 축구에 많은 업적을 남기고 돌아온 축구영웅.
오늘의 타임머신 주인공은 베트남의 히딩크, 박항서다.
◈ 축구, 좀 더 일찍 만날걸..!
박항서는 고등학생 때 축구부에 처음 합류하며 상대적으로 늦게 축구를 시작했다. 이후 그는 실업팀과 군 복무를 거치며 프로선수로서는 짧은 시간을 보냈다.
1981년, 박항서는 당시 실업팀이던 제일은행 소속으로 선수데뷔 후 국가대표에도 뽑힌 적 있을 만큼 실력이 뛰어났다.
이후 1984년, 그는 지금의 FC서울인 럭키금성 황소 축구단으로 이적한다. 1985년의 박항서는 리그 우승과 리그베스트 11 미드필더 부분에 꼽히는 등 럭키금성 황소 축구단의 에이스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박항서는 1988시즌을 끝으로 만 31살에 은퇴를 선언했다.
◈ 꿈★은 이루어진다! 2002년 월드컵, 감독 히딩크 옆 수석코치 박항서
짝짝 짝 짝 짝 대~ 한민국!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4강 신화의 2002 한·일 월드컵.
박항서도 수석코치로서 그 안에 있었다.
당시 대표팀 감독인 거스 히딩크는 한국 특유의 선·후배 간 수직적 관계가 축구의 창의성을 방해한다며 선배가 잘못하면 후배라도 반드시 지적하기를 강조했다. 이런 철학은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국가대표 감독이 그 나라의 문화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는데 그때, 박항서는 감독과 선수들 간의 가교 역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한국 대표팀 선수단의 융화에 애씀과 월드컵 4위의 성과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았다.
박항서는 한 방송에서 히딩크 감독이 한국을 떠나면서 선물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의 AD카드를 아직 지니고 있다고 말하며 히딩크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히딩크호가 공식 해산되고 같은 해 개최된 2002 부산 아시안게임을 위해 박항서가 감독으로 선임됐다.
대회 결과는 아쉬웠지만 이후로 박항서는 다시 코치부터 차근차근 지도자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
◈ “두 유 노우 박항서?”... 베트남에서 빛난 ‘파파리더십’
최선을 다했으니 고개 숙이지 마라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첫 FIFA 월드컵 최종 예선진출, 베트남 통일 후 첫 아시안게임 4강 진출, 동남 아시안게임 60년 만에 우승 外 ….
박항서는 베트남에서 많은 업적을 남기고 돌아왔다. 2017년 대표님 감독 부임 후 5년 안에 이뤄낸 일들이다.
박항서는 베트남에서 ‘파파리더십’ 신드롬을 일으켰다.
박항서가 베트남에 처음 갔을 때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고안한 방법은 ‘스킨십’이었다.
하지만 스킨십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했고 그 신뢰를 쌓기 위해 선수들과 ‘원팀’이 되기로 했다.
그는 철저히 베트남문화를 존중하며 함께했다. 현지 음식을 같이 즐겼고 식사 시 휴대전화 사용금지, 시간 엄수 등 규칙은 자신에게 똑같이 적용해 지켰다.
훈련 중엔 엄한 조교같은 모습의 박항서는 훈련이 끝나면 선수들의 발 마사지부터 개인사까지 챙겼다. 그렇게 박항서는 베트남 선수들에게 다정한 ‘파파(아빠)’가 된 것이다.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박항서호를 탄 베트남은 대한민국과도 경기를 치렀다.
박항서는 한 방송에서 그때를 회상하며 “손흥민이 온다니까 베트남 선수들이 이미 주눅이 들어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겁먹지 마”라고 말하며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았다고 전했다.
결과는 당시 대회 금메달을 거머쥔 대한민국의 3:1 승이었지만, 16강이 목표였던 베트남은 역사상 최고 성적인 ‘아시안게임 축구 4강 진출’을 이루어냈다.
베트남 국민 축구 영웅이 된 박항서에게는 귀한 선물들이 쏟아졌다.
베트남 주석에게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2급 노동 훈장을 받는가 하면 그의 어머니가 100세 생신을 맞으셨을 땐 직접 축하 선물을 전달받기도 했다.
또한 베트남 항공사에선 비즈니스 탑승권을 평생 무료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2022년 한국과 동시 발매된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 기념주화에는 박항서의 명언 “최선을 다했으니 고개 숙이지 마라”가 새겨졌다.
앞서 박항서는 2018 AFC U-23 대회에서 우즈벡에 패하여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움츠러든 베트남 선수들을 향해 “최선을 다했으니 고개 숙이지 마라”라고 격려한 바 있다.
이 말은 훗날 베트남 고교 논술시험의 주제로 인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 베트남 슛돌이들 모여라!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인연은 마무리 됐지만, 박항서는 이제 베트남 축구 유소년 유망주들을 육성하려 한다.
그는 최근 베트남에 ‘박항서 인터내셔널 풋볼 아카데미’를 출범했다. 이는 ‘아이들이 곧 사회의 미래’라는 슬로건 하에 베트남 최초로 학교 및 교육시설들과 협업하는 선진 유소년 시스템을 구축한 아카데미다.
지난 8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공식 런칭 행사를 가진 ‘박항서 인터내셔널 풋볼 아카데미’는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베트남 어린이들이 축구를 경험하고 배우며 성장하는 선진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베트남에 이식하는 데 핵심 목표를 두고 있다.
박항서는 올해 제17회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현대자동차 설립자인 고(故) 정세영 HDC그룹(옛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애칭인 ‘PONY 鄭(포니정)’에서 따온 이 상은 혁신적 사고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킨 이에게 주어진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후 역대 최고 성적을 경신하며 양국 간 우호 관계를 다지는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축구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수상하게 됐다.
◈ 베트남 축구 영웅→ 예능 초보 귀요미♥
현재 박항서는 예능프로를 통해 솔직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중이다.
안정환, 김남일, 추성훈, 김동준과 함께 베트남으로 떠나 미지의 동굴 탐험에 나서는 tvN 예능 ‘삼백만 년 전 야생 탐험 : 손둥 동굴’에서의 얘기다.
“이번 탐험은 제 인생 축구 경기에 비유한다면 연장전이라 봐야겠죠, 우리가 이 여정에서 실패할 것이라고는 단연코 생각하지 않아요”
동굴탐험에 앞서 박항서가 한 말이다. 스포츠인답게 예능에서도 승부욕을 불태웠던 것.
그러나 카리스마 넘치는 각오와는 달리 그는 탐험 전부터 뱀을 만날까 두려움에 떨고 어린 멤버들에게 끊임없이 놀림을 당하는 등 허술한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박항서는 팀을 위해 힘든 일을 솔선수범하는 등 보이지 않게 리더십을 발휘하며 ‘역시 파파 박항서!’를 상기시켰다.
박항서는 축구 예능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오는 10월 방영 예정인 대표 축구 예능 ‘뭉쳐야 찬다 3’예고편에서 그가 지원자로 참가해 오디션을 보는 모습이 공개됐다. 영상에선 절친 안정환이 그를 떨어트리는 상황이 연출되며 두사람이 또 어떤 ‘티격태격 캐미’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이처럼 강유겸전(剛柔兼全)한 이 작은 축구 거인은 오늘도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며, 사람 냄새를 솔솔 풍기며 그 자리에 있다.
sungb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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