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기자] 2024년도 ‘페이커’ 시대다. 인성·실력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 전 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페이커’ 이상혁(27)이 2024년을 맞아 스포츠서울을 통해 팬에게 신년 인사를 전했다.

이상혁은 스포츠서울과 단독 인터뷰를 통해 “올해도 겸손한 자세로 배우고 더 성장할 수 있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항상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보답하고 싶다. 2024년 청룡의 해 팬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긴 전설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상혁이 걷는 길이 곧 역사다. 전 세계 최초로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4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썼고, e스포츠가 첫 정식 종목이 된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덕분에 한해를 정리하는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품에 안았고, 해외 유력 매체의 스포츠계 파워 인물로 선정됐다. 그가 ‘전설’로 불리는 이유다. ‘청룡’의 기운을 듬뿍 받은 이상혁이 써 내려갈 ‘2024시즌 스토리’가 다시 시작된다.

◇ 다사다난 2023년을 보내고

2023년은 ‘페이커의 해’였다. ‘2023 롤드컵’을 제패하며 2016년 이후 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e스포츠가 스포츠로서 인정받은 첫 AG에서 금메달도 획득했다. 롤드컵 우승 4회(2013, 2015~2016, 2023)를 비롯해 또 다른 국제 대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우승 2회(2016~2017), AG 금메달까지 전 세계 통틀어 가장 많은 우승 커리어를 보유하게 됐다. 전 세계 유일무이한 ‘기록제조기’ 그 자체다.

힘든 시기도 보냈다. ‘2023 LCK 서머’ 정규리그 중간에 손목 부상으로 이탈했고, 팀은 연패 수렁에 빠졌다. T1은 플레이오프 진출도 불투명했던 위기 속에서 이상혁이 복귀하면서 서머 결승전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기세를 이어 ‘롤드컵 제패’를 이뤄냈다.

우여곡절을 이겨낸 이상혁은 지난해 영국 언론 더타임스가 선정한 ‘2023 스포츠계 10대 파워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페이커 외에 10대 파워 리스트에 포함된 인물은 유명 프로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와 미국 메이저리그(ML) ‘7억 달러의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 등이다. 더타임스는 ‘페이커’에 대해 “불사대마왕(The Unkillable Demon King)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며 “우사인 볼트처럼 올림픽의 주류 스타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이상혁은 “2023년은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얻은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며 “손목 부상을 계기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깊이 성찰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 결과 끊임없는 응원으로 함께해준 팬들에게 우승으로 보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전설’ 성장은 2024시즌에도 멈추지 않는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격언처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성장을 위해 자신을 채찍질한다. ‘겸손·배움·발전’은 이상혁이 정상에 오르는 과정의 큰 원동력이다. 세계적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와 어깨를 견주는 것도 이 때문.

한결같은 마음가짐이다. 그는 2024시즌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로 ‘자신의 성장’을 꼽았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배우고, 발전해 나가겠다는 다짐이다.

이상혁은 “자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찾아 보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자기 관리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나는 충분한 수면과 꾸준한 운동이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지난해도 그렇지만 올해도 스스로 더 성장할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낮은 자세로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나를 포함한 팀원 모두가 매 경기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준비해서 즐겁게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 ‘팬 그리고 진정한 스포츠 의미’

팬을 향한 마음도, 소통도 월드클래스다. 이상혁은 늘 “팬들의 관심과 애정 덕분에 스포츠가 존재한다. e스포츠도 똑같다. 팬들은 프로 생활을 더 지속하고 발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정답이다. 어느 스포츠든 팬이 없으면 스포츠로서 지속할 수 없고, 가치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진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 ‘페이커’다. 최근 소속팀 T1이 ‘팬 퍼스트(팬 제일주의)’ 실천을 위해 개최한 ‘T1 CON 2023’을 대하는 자세가 이를 방증한다.

‘페이커’가 아닌 ‘피아노맨’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상혁은 팬들을 위해 갈고 닦은 피아노 연주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히사이조(Joe Hisaishi)의 ‘서머(Summer)’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 쇼팽의 ‘Nocturne in E Flat Major’ 등 세 곡을 연주했다.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 받은 팬들은 열렬한 환호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그뿐만 아니다. 세계적인 e스포츠 선수로서 e스포츠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 채택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진정성 있게 주장했다. 이상혁은 “스포츠는 몸을 움직여서 하는 것이라는 관념이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면, 이것이야말로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e스포츠도 스포츠로서 가치가 충분하다는 확신으로 팬과 관계자 등에 깊은 울림을 선사하기 충분한 발언이다.

전설 ‘페이커’의 얘기는 끝이 아니다. 올해 국내외 대회에서 또 다른 역사를 쓸 수 있다. 롤드컵에서 다섯 번째 우승도 충분하다. e스포츠계가 이상혁 그리고 T1에게 늘 기대감을 품는 이유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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