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으로 ‘음주운전’ 실형을 받은 A(24·전 삼척시청)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대한체육회가 9일 “삼척시청이 신속하게 징계했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업무 해태를 지적했다. 그동안 삼척시청은 경찰 수사 후 징계를 이유로 사건 발생 후 9개월간 징계위원회를 소집하지 않는 등 일을 차일피일 미뤘다. 이에 A는 지난해 말 ‘계약 만료’를 이유로 ‘징계’ 없이 삼척시청을 떠났다.

A는 지난해 2월25일 서울 송파구에서 음주운전을 해 행인 8명을 쳤다. 리어카를 끌던 80대 여성 등 8명이 차에 치였다. 맞은편에서 오던 차량과도 부딪혀 운전자 50대 남성도 다쳤다. 사고로 20대 보행자 1명은 전치 8주 중상, 나머지 7명은 경상을 입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4단독(부장판사 이민지) 재판부는 지난 6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한 명은 중상을 입었고 다른 피해자들도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라며 “과실과 피해가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초범이고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6％로 매우 높지는 않았던 점, 5명의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A는 80시간의 준법 운전 강의 수강과 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받았다.

A는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로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했다. 그만큼 해당 선수 처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음주운전은 교통사고특례법 12대 중과실에 속하는 ‘중범죄’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이하 규정)에는 ‘음주운전은 시 체육회 인사위원회를 열어 자체적으로 ‘신속하게’ 조치해야 하는 ‘중징계’(출전정지, 자격정지, 제명) 사안‘으로 규정했다.

규정 제28조에 따르면 “시·도위원회에서 징계해야 할 충분한 사유가 있을 경우 즉시 징계를 요구해야 하며, 징계요구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징계처리 결과를 체육회에 보고하지 않을 경우에는 직접 징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번 사안은 삼척시에서 징계위 자체가 열리지 않아 대한체육회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사건 당시 삼척시청은 ‘빠른 징계’를 공표했다. 지난해 3월 언론을 통해 “공무직 및 기간제 근로자 복무규정에 의거해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며 “경찰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징계 수위를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후 삼척시청은 “경찰 조사가 끝나면 징계를 논의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시간은 점점 지나갔다. 결국 지난해 말 A가 계약 만료로 삼척시청을 떠났다. 취재가 시작되자 삼척시청은 “선수 차원 징계는 대한핸드볼협회 주관”라고 떠넘기기까지 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9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해서는 삼척시에서 먼저 (징계위를 열고) 결정해야하는 사안”이라며 “시·도 체육회에서 1차 징계 후 선수가 불복해 재심 요청을 할 경우 대한체육회에서 재심을 연다. 곧바로 체육회가 1차 징계를 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도 “A가 (사고) 당시 국가대표 소속도 아니었고 직장운동부인 삼척시청이었기 때문에 지역체육회에서 먼저 다뤄야 했다”고 답했다.

삼척시청은 경찰 조사가 끝나지 않은 사안이라 징계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 사이 계약 만료가 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징계가 추후에도 이뤄져야 한다는 규정에 대해서는 “검토해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규정 28조5항에는 ‘해당 선수가 임기만료 등으로 해당 소속이 아니어도 소속 당시 행한 비위행위에 관하여 징계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할 수 있다’가 아닌 ‘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이다. 1심 ‘실형’ 판결까지 나온 상황이라 삼척시가 더 이상 징계를 미룰 명분은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삼척시청 관계자는 “경찰 조사가 계약 만료시점에 끝난 것이라 (징계하지 못했다)”며 “해당 규정에 대해서는 검토 해보겠다”고 답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