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우 한소희의 행보는 거침없다. 좀처럼 안전한 길을 택하지 않는다. 어려울 것이 예상됨에도, 굳이 그 길을 택했다.
유부남을 사랑한 내연녀였던 JTBC ‘부부의 세계’(2020)나 고강도 액션이 필요했던 넷플릭스 ‘마이네임’(2021), 기획 단계에선 수위 높은 애정신으로 유명했던 JTBC ‘알고 있지만,’(2021)까지, 한소희는 안전한 길을 피해 왔다.
12월과 1월 공개된 넷플릭스 ‘경성크리처’도 쉽지 않은 길이다. 작품에서 자주 차용되지 않는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며, 731부대에서 인체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크리처물, 여기에 독립군의 서사를 비롯해 크리처와 맞서는 액션까지, 배우가 쉬어갈 틈이 없다.
호전적인 성향으로 알려진 한소희는 ‘경성크리처’가 실험적인 드라마라서 도전의식의 생겼다고 했다. 엄마를 찾아 헤매는 10년 동안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은 윤채옥처럼 현장에서도 최대한 외로움을 안고 임하려고 했고, 온몸이 깨지는 액션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소희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오히려 어렵게 느껴지는 작품이 더 재밌다. 새로운 작품에 더 흥미를 느낀다. 저의 새로운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다. 최대한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 ‘경성크리처’도 그런 마음에서 선택한 것이다. 만약 코미디를 한다면 ‘19금’이었으면 한다. 거친 욕이 있어야 더 재밌을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 채옥이, 덕분에 많이 배워”
‘마이네임’에서 보여준 한소희의 액션은 강렬하다. 여배우가 남자 배우들과 액션 합을 맞추다 보면 어딘가 티가 나고 작위적인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 ‘마이네임’에서 한소희가 보여준 액션은 현실감이 짙다. ‘경성크리처’에서도 그 장기는 그대로 발현됐다. 총을 든 일본군이나 촉수를 쏘아대는 크리처 앞에서 현란한 몸놀림을 보이고, 절도 있게 검을 사용하며 위기를 벗어난다.
“액션 연기도 연기잖아요. 몸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액션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단순히 맞고 때리는 것뿐 아니라 깜짝 놀라고 목 졸림을 당하는 것도 액션이라고 생각해요. 액션에선 시나리오에 없는 내용을 배우가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액션이 편해지면 감정이나 대사 연기도 더 늘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갈고 닦았어요.”
극 중 채옥의 삶은 고달프다. 아버지와 함께 실종된 엄마(강말금 분)를 찾아 헤맨 기간은 무려 10년이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법도 모른다. 유일한 단서였던 옹성병원에서 만난 엄마는 괴물이 돼 있었다. 충격을 받아들일 틈도 없이 싸움을 이어갔다. 채옥의 힘겨운 삶은 한소희의 성장에 자양분이 됐다.
“채옥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요. 계속 싸우고 두들겨 맞고, 울고, 그러다 틈만 나면 칼을 빼 들죠. 이런 친구다 보니 쉬어가는 장면이 없었던 것 같아요. 편하게 임한 장면은 단 한 순간도 없었어요. 모든 순간 채옥이로 있으려고 했어요. 채옥이는 울지도 웃지도 않아요. 고통을 받아내는 채옥이에게 많이 배웠어요.”
채옥은 쉽게 곁을 주지 않는다. 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경계한다. 마치 성이 난 여우 같기도 하다. 고독하고 외롭다.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게 하고, 다가가지도 않는 이방인이었다. 태상(박서준 분)도 목숨 걸고 함께 옹성병원을 벗어나고 전우애를 느낀 뒤에야 마음을 열었다.
“저는 촬영 전에 사담 나누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그리고 채옥이는 외로운 사람이잖아요. 그럼 촬영할 땐 외로워야죠. 서준 오빠도 외로웠을 것 같아요. 배우가 캐릭터 만드는 건 자신과 싸움이잖아요. 다들 말은 안 하지만, 외롭게 캐릭터를 만들어갈 거라 생각해요.”
◇“‘경성크리처’는 어차피 의견 갈릴 작품, 충분히 예상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보니, 예민한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일본 팬 중 일부는 한소희의 SNS에 찾아가 악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유명 연예인으로서 움츠러들 수도 있겠지만, 한소희는 마치 대장부처럼 “사실인 걸 어떡하냐”고 솔직한 발언을 남겼다. 거침없는 모습에 호의적인 반응이 늘었다.
“‘경성크리처’는 의견이 안 갈리면 더 이상한 작품이에요. 일정 부분 알고 촬영에 임했어요. 요즘 새로운 것에 빨리 적응하고 수긍하고 가감 없이 의견을 내놓는 시대잖아요. 상대의 의견은 존중하면서도, 사실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표현한 거예요. 답변을 바라지도 않아요.”
소탈한 게 매력이라고 하지만, 연예인이 발언 수위가 강한 것은 독으로 작용할 때가 더 많다. 팬들과 시원시원한 화법으로 소통하는 한소희도 불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솔직한 것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어떤 말이든 곡해해서 듣는 분들이 있어요. 아무리 동그라미를 동그라미라고 해도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모두가 다 저를 좋아할 수는 없는 거니까 감수하려고 해요. 그만큼 또 저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잖아요. 다만 제 뜻과 다른 의견은 최대한 존중하고 이해하며 지내려고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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