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태형 기자] “더러우면 X가지가 없는 거죠.”
남성듀오 플라이투더스카이 멤버였던 가수 브라이언은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데이바이데이’, ‘남자답게’ 등 다수의 히트곡을 발표하며 2000년대 초반을 뜨겁게 달군 보컬그룹 멤버였지만 한동안 가요계에서 좀처럼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그가 재기할 수 있던 건 다름 아닌 유튜브 콘텐츠다.
방송에서 브라이언은 “청소용품에만 거의 1억원 넘게 들였다”며 특정제품에만 5000만원 비용을 들였다고 밝혔다. 도저히 손대기 힘들 것 같은 걸그룹의 숙소를 청소하며 막말을 던지지만 결국 그가 청소를 시작하면 반짝반짝 윤이 나는 숙소로 탈바꿈하는 ‘브라이언 매직’이 펼쳐지곤 한다.
이특, 김희철 등 SM엔터테인먼트 출신 이름난 ‘청소광’들 중에서도 가장 ‘하이레벨’의 청결을 유지하는 브라이언의 ‘청소사랑’에 MZ세대는 바로 응답했다.
그가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 ‘M드로메다 스튜디오’ 콘텐츠 ‘청소광 브라이언’은 총 누적 조회수 2618만 회를 달성하며 ‘청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첫 회 조회수가 476만 회로 대성공을 거뒀다. 이는 브라이언도 예상치 못한 수치다. 그는 “청소를 좋아할 뿐이었다. 그걸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4차원 배우로 잘 알려졌던 배우 최강희도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에 출연한 최강희는 연기를 쉬면서 집을 청소하는 아르바이트 근황을 공개했다.
최강희는 “김숙 집 청소를 1년 넘게 했고 송은이 집은 4개월 정도 됐다”며 청소 아르바이트 경력을 뽐냈다. 그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자신이 갖고 다니는 청소용품으로 전문성을 보였다. 송은이는 “최강희씨가 다녀가면 먼지가 없다”라며 최강희의 청소 실력을 칭찬했다.
몸매관리를 위해 샐러드만 먹고 피부과에서 피부관리를 받아야 할 것 같은 고상한 여배우가 온몸을 내던져 먼지를 탈탈 터는 모습은 단박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강희가 출연한 ‘전참시’ 방송은 5.1%의 시청률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팬데믹 겪은 MZ세대, 공정한 노동가치에 중점…1인가구 증가도 한몫
청소 콘텐츠의 인기는 지난 2020년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과 무관치 않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마스크와 손 소독제가 불티나게 팔렸다. 위생 관념이 중요시되며 누구나 개인 청결에 신경 쓰는 시대가 열렸다.
1인가구의 비약적인 증가도 한몫했다.지난해 11월 기준 1인 가구 수가 750만 가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는 전체 가구의 34.5%를 차지한다. 1인 가구 구성원은 그동안 부모에게 의존하다가 막 독립한 MZ 세대 비율이 높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청소는 누군가 대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로봇 청소기 등 최신 문물의 도움을 받지만 결국 직접 몸을 써 노동을 해야 깨끗한 공간이 마련된다. 늘 신비주의 장막에 가려져 있을 것만 같은 연예인이 보통 사람처럼 직접 몸을 써서 청소하는 모습은 MZ세대들이 으뜸으로 치는 공정의 가치와 일맥상통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청소 콘텐츠 돌풍 현상에 대해 “치우고자 하는 욕망은 본능적인 게 아닐까. 어질러진 장면을 보는 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그런 것들을 정리하면서 마음의 정리도 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일본의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가 제시한 곤마리 정리법을 다룬 넷플릭스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를 예시로 들었다.
정 평론가는 “현대인들이 집에다 자꾸 뭔가를 사다 놓고, 끼워놓고, 버리지 못하는 부분들이 그냥 물건만 쌓아놓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집중을 흐트릴 수 있는 요소다. 불필요한 물건을 버림으로 해서 그 사람의 삶을 되찾는 이야기다. 청소도 그런 쪽의 하나다. 뭔가 복잡한 일이 있을 때 청소를 하면 마음의 정리가 되고 그런 것들을 콘텐츠에 담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tha9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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