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시장은 좌완 류현진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기다려 준 시장은 KBO리그였다. 170억 원 플러스 알파의 최고 대우로 친정 한화 이글스로 복귀한다.
기자는 2012년 11월 포스팅을 거쳐 LA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 계약을 한 25세의 류현진 때부터 현장에 있었다. 뉴포트비치 보라스 코퍼레이션 사무실에서 국내외 기자들이 참석한 자리였다. 역대 KBO리그를 거친 최고의 선수였다.
이때 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는 KBO리그 수준을 매우 낮게 보던 시절이다. 애리조나 캐멜백랜치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5선발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개막을 앞두고 선발 로테이션이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 시범경기 LA 에인절스와의 프리웨이 시리즈에서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선발을 굳혔다.
제 5선발에서 시작한 류현진은 당당히 3선발로 도약했다. 다저스는 부동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FA 잭 그레인키와 류현진의 가세로 안정된 선발을 구축했다. 3년 연속 가을 야구에 출전하지 못하다가 2013년 커쇼 16승9패 1.83, 류현진 14승8패 3.00, 잭 그레인키 15승4패 2.63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다저스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애틀랜타를 꺾고 챔피언십에 진출했다. 하지만 큰 경기에 약한 커쇼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무너지면서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애틀랜타와의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3이닝 6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와의 챔피언십에서 7이닝 3안타 1볼넷 4삼진 무실점 호투로 전국구로 이름을 알렸다. 데뷔 첫해 선발 30경기 등판해 192이닝을 던졌다. 역대 최다 이닝이다.
다저스에서 최전성기를 이뤘다. 풀타임 6시즌 동안 54승33패 2.98을 남겼다. 투수 친화 구장의 덕도 본 게 사실이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도 마찬가지다. 특히 2019년 14승5패 2.32로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오프시즌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받이 들이고 ‘FA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 올스타 게임 선발, 평균자챔점 1위, 사이영상 2위 등의 훈장을 안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의 대박 계약을 맺었다.
10여 년 동안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류현진의 천재적인 야구 머리다. 늘 예상을 뒤엎는다. 거꾸로 얘기하면 철저한 준비성과 덩치답지 않은 정교하고 세밀함이 절대적 무기다.
2015년 3월 치명적인 어깨 수술을 딛고 재기에 성공했다.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에서도 보란 듯이 예상을 깨는 호투를 과시했다. 2019년 8월 1일 쿠어스필드에서 3루수 놀란 아레나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6이닝 3안타 1볼넷 1삼진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앞의 콜로라도 원정에서는 4이닝 9안타 7실점으로 부진했었다.
국내외 기자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물론 클럽하우스에서 동료들과의 사이도 원만했다. 3루수 후안 유리베와는 매우 돈독했다. 사진 기자들은 늘 둘의 장난치는 장면을 포착하느라 카메라 렌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MLB에 2013년 데뷔해 10시즌을 뛰었다. 2015년 어깨 수술 재활로 1경기도 출장하지 않았다. 10시즌 동안 두 팀에서 78승48패 평균자책점 3.27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경력을 고려해 2024시즌도 빅리그 마운드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KBO로 유턴하게 됐다.
류현진은 다저스와 블루제이스에서 몸담고 있는 동안 팀은 늘 경쟁력을 갖췄다. 2022년 블루제이스를 제외하고 팀은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러나 한화 이글스는 류현진이 가세하기 전 플레이오프 진출 후보는 아니었다. 가세를 전제로 예상 순위가 올라갔다.
오는 3월 25일 37세가 되는 류현진이 친정 한화에서도 여전히 임팩트 강한 투구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설 수 있기를 바란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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