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MZ여신’. 배우 노정의를 지칭하는 수식어다. 1020 사이에선 가장 예쁜 여배우 TOP3에 꼭 꼽힌다. 미모도 재능으로 여기는 연예계에선 호재일 수밖에 없다.

연기력도 나날이 성장 중이다. 영화 ‘내가 죽던 날’(2020)에서 불안과 결핍을 가진 20대 세진을 온전히 표현했고 SBS ‘그 해 우리는’(2021)에서 성숙한 아이돌 엔제이를 그려내 호평받았다. ‘MZ 여신’ 수식어도 이때부터 등장했다.

지난 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황야’에서는 지구 종말 후 폐허가 된 세상에서 겨우 생존해 가는 수나 역을 연기했다. 할머니와 살던 수나는 모종의 집단에 이끌려 인체 실험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가 기지를 발휘해 풀려났다. 그 과정에서 당돌하고 강인한 노정의의 얼굴이 빛을 발했다.

‘황야’는 글로벌 콘텐츠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해외에서 오락 콘텐츠로 큰 반향을 얻기도 했다. 노정의는 “‘황야’를 속 시원하게 봤다는 사람들도 있고, 힐링이 됐다는 사람도 있었다. 넷플릭스 1위는 처음이라서 상 받은 기분도 들었다. 마동석 선배님과 작업하고 싶은 욕심으로 ‘황야’에 출연했는데, 반응이 좋아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평소 ‘저세상 외모’로 불리는 노정의지만, ‘황야’에선 도무지 예쁘지 않다. 얼굴에 때를 묻혔고, 머리도 기름기가 흘렀다. 의상도 너저분하다. 중반 이후로 깨끗이 씻은 모습이긴 하지만, 민낯은 생경하다. 여배우로서는 도전에 가깝다.

“작품 내에서 어떻게 보이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예쁘게 보이는 건 신경 쓰지 않았어요. 캐릭터를 충실히 소화하는 게 먼저라고 봐요. 그리고 저는 분장을 제일 편하게 했어요. 치아까지 분장한 선배들이 더 힘들었을 거예요.”

이 작품의 시작은 마동석이다. 평소 마동석의 팬인 노정의는 주위 동료와 후배들을 잘 챙기기로 유명한 마동석과 한 프레임에 서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좋다고 하는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어요. 실제로 사소한 것 하나까지 챙겨주고 아껴주는 게 느껴졌어요. 불편할 것을 미리 알아채는 센스가 대단하세요. 마동석 선배는 배려의 아이콘이에요. 저도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마 선배와 액션을 꼭 해보고 싶어요.”

노정의가 맡은 수나는 ‘황야’에서 갈등의 근원이 되는 인물이다. 수나가 괴상한 조직에 끌려갔다는 걸 안 남산(마동석 분)과 지완(이준영 분)이 그들을 소탕하는 게 ‘황야’의 메인 줄거리다. 노정의는 어린 사람들을 실험용으로 활용하는 양기수(이희준 분)와 맞부딪힌다. 그 사이에서 보이는 강단이 극의 몰입을 높였다.

“수나는 강단이 있는 인물이에요. 저였다면 그렇게 용기를 내진 못했을 것 같아요. 제가 가진 작은 성격을 확대해서 만든 게 수나죠. 연기 욕심이 많아서 긴장을 많이 해요. ‘황야’ 때는 준영 오빠나 마 선배가 저를 정말 잘 풀어줬어요. 그러다 보니 더 자연스럽고 성숙한, 강단 있는 수나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그 해 우리는’과 ‘SBS 인기가요’ MC를 통해 MZ 여신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2020년만 하더라도 노정의의 얼굴엔 불안이 많았다. 아역에서 출발해 성인으로 연착할지에 자신감이 있진 않았다.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것에 심리적 압박이 컸었다.

“어릴 때는 스트레스를 견디고 이겨내는 법을 몰랐어요. 이제는 저만의 방식을 찾았어요. 금방 털어낼 수 있게 됐고, 성장의 발판으로 쓸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연기는 교과서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선배들과 소통하다 보면 묘하게 배우는 게 많아요. 결국 감독님과 배우들과 소통하면서 캐릭터에 더욱 몰입하고 깊어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예쁜 여배우로 주목받은 뒤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과정에서 후회되는 점도 있다. 포털 프로필에 몸무게를 사실대로 올린 것이다. 키 165cm에 몸무게 39kg를 공개하자 극단적으로 살을 빼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가장 후회하는 일이에요. 식단관리랑 운동을 열심히 해서 만든 결과물이에요. 짧은 생각으로 공개했는데, 어린 친구들이 극단적으로 살을 빼려고 하더라고요. 건강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너무 막 빼는 거죠. 모두가 몸도 마음도 건강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노정의는 넷플릭스 ‘하이라키’를 통해 다시 한번 대중과 만날 전망이다. ‘하이라키’는 재벌 상류층 학교에서 벌어지는 성장 드라마다.

“제가 맡은 인물은 아픔과 결핍이 있는 친구예요. 꼭 봐주셨으면 해요. 악역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에 대한 물음표가 컸던 시기가 약 3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자신감도 없었어요. 3년 전부터 어떤 단계를 넘어서려고 했었는데, 결국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금은 단단해졌어요. 그 힘을 바탕으로 후회 없이 나가려고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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