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 기자] 두산 ‘영건’ 곽빈(25)이 잠시 쉬어간다. 사령탑은 “너무 열심히 달렸다”고 감싸 안았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홈경기를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한 곽빈에 대해 “그동안 무리했다. 최근 두 경기에서 구위가 조금 흔들린 것도 사실이고, 너무 열심히 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15경기에 선발등판한 곽빈은 85.2이닝을 소화했다. 쉼없이 달린 것도, 가급적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 애쓴 것도 맞다. 5월까지 5승을 따냈고 월간 MVP도 차지했지만, 6월들어 승리 없이 2패만 떠안았다. 지난 11일 한화전에서 5.1이닝 6실점, 16일 키움전에서 4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할 만하다.

이 감독은 “전반기 세 경기 남았는데, 한 번 쉬고 두 번 집중해서 던지면 또 일주일 쉴 수 있다. 이정도면 구위를 회복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급할수록 돌아간다는 의미일까.

두산은 5월부터 반등을 시작해 선두싸움에 뛰어들었다.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차고 나가지는 않지만, 크게 침체하지도 않는 상태다. 라울 알칸타라와 허경민 등 투타 주축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도 대체자원이 제 몫을 훌륭히 해준 덕분이다. 이 때 선발진에서 가장 크게 활약한 투수가 곽빈이다.

이 감독은 “(브랜든이 흔들리고, 알칸타라가 부상했을 때) 곽빈이 너무 잘해줬다. 얼마나 힘들었겠는가”라며 “사실 투수코치가 한 번 쉬게해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곽)빈이가 괜찮다고 했다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에이스인데, 지금보다 더 중요한 여름에 대비해 체력을 비축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믿는다는 뜻이다.

시즌이 아직 절반이나 남았고, 여름 레이스를 시작하지도 않았으므로 무리할 이유가 없다. 소위 ‘계산이 서는 선발투수’ 한 명을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그는 “당장의 성적보다는 앞으로의 스케줄, 더 중요한 게임 등을 생각하면 한 턴 쉬는 게 팀과 본인을 위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곽빈이 빠진 선발 한 자리는 당분간 최준호로 채운다. 엔트리에는 스윙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김민규를 불러 올렸다. 매 경기 중요하지 않은 경기가 없지만, 지난해 뼈아픈 경험을 한 이 감독으로서는 동력을 비축해야 결정적인 순간 화력을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을 체득했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고, 우리 선수들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이 감독의 입술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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