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박준범 기자] 2024시즌에도 흥행 순풍을 타는 프로축구 K리그1에 또 한 번 음주 운전 악몽이 들이닥쳤다. 그것도 선수가 소속 구단과 프로축구연맹에 신고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훈련에 참여하고 경기에 뛰려고 한 사실이 스포츠서울 취재 결과 확인됐다.
물의를 일으킨 건 FC서울의 수비 자원인 황현수(29)다. 본지 취재 결과 황현수는 최근 음주 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돼 조사까지 받았다. 그러나 서울 구단에 알리지 않았다. 서울 구단 복수 관계자는 24일 저녁이 돼서 황현수가 음주 운전했다는 사실을 외부인을 통해 접하게 됐다. 그 시간에 황현수는 선수단 훈련에 참여하고 있었다. 훈련이 끝난 뒤 김기동 감독을 비롯해 김진규 전력강화실장 등 구단 프런트가 확인했고 황현수는 음주 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은 시즌 초반 우승 후보로 꼽혔으나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절치부심하며 하반기를 대비, 최근 부상 중인 기성용 대신 제시 린가드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고 코리아컵 16강전과 리그 경기에서 연달아 승리하면서 오름세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지난 22일 수원FC전에서 3-0 대승하면서 치욕적인 홈 5연패 사슬도 끊었다. K리그1 최다인 평균 3만 관중 흥행 바람도 이어갔다.
26일 강원FC와 홈경기, 29일 전북 현대와 원정 경기까지 주중 3연전을 치르는 서울은 어느 때보다 똘똘 뭉쳐 상위권 도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황현수의 음주 운전 은폐 사실이 밝혀지면서 내부적으로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게다가 황현수는 2014년 서울에 입단한 뒤 지속해서 검붉은 유니폼만 입고 뛰었다. 지난해에도 연장 계약을 맺으며 서울과 손을 잡았다. 한때 주전 센터백으로 뛰다가 최근 입지가 이전만 못하지만 서울 프런트와 팬으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은 자원이다. 그런 선수가 중대 범죄로 꼽히는 음주 운전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몰래 훈련과 경기에 참여하려고 한 것에 구단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연예인은 물론 프로스포츠를 누비는 선수에 대한 대중의 도덕적 잣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중 음주 운전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중대 범죄로 인식된다. 최근 인기 가수 김호중의 음주 운전 후폭풍만 봐도 그렇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018년 12월 상벌 규정 개정을 통해 음주 운전에 대한 징계 수위를 강화하고, 음주 운전 사실을 구단에 신고하지 않고 은폐한 경우에는 징계를 가중할 수 있도록 한 적이 있다. 축구 뿐 아니라 전 프로스포츠 종목을 운영하는 구단 모두 음주 운전에 대해서는 선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시즌만 해도 K리그2 FC안양 외국인 공격수 조나탄 모야가 음주 운전을 한 게 밝혀져 구단은 곧바로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수원FC 소속이던 라스도 프로축구연맹의 15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400만 원의 징계를 받은 데 이어 구단과 계약 해지가 됐다. 2022년엔 전북 현대 소속으로 맹활약한 일본인 미드필더 쿠니모토가 음주 운전에 적발됐다가 구단과 상호 합의로 계약해지했다. 2020년엔 이상민(김천 상무)이 음주 운전 이후 구단에 알리지 않은 채 3경기에 출전했다가 역시 15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400만원 징계를 받았다.
황현수 사태는 타 구단도 주시하고 있다. 프로축구계에 음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지고 있음을 자각하며 다시 한번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서울 구단은 25일 황현수 음주운전건을 프로연맹에 즉각 보고했다. 그리고 황현수와 계약 해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kyi0486@sportsseoul.com,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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