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뭐든 반반 똑같이 나눠서 하고, 틈만 나면 각서와 계약서를 꺼내 드는 계약 부부가 등장했다.
1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각자의 이익을 챙기는 부부는 결혼 1년차 남편(41)과 아내(37)가 나왔다. 6개월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부는 짧은 연애 후 임신으로 결혼을 서둘렀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결혼한 때문인지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잦은 충돌을 벌였다. 제작진이 촬영 중에도 격렬한 부부싸움을 벌였고 아내는 집을 나가버렸다.
남편은 “아내가 감정 기복이 심해서 싸울 때마다 ‘헤어지자’라고 한다. 아내가 하우스메이트 같다”라고 말했고, 아내는 “남편이 거짓말을 안 하고, 신뢰받는 행동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영상에서 두 사람은 다정하게 아침 인사를 했다. 24시간 근무 후 아침 퇴근한 남편은 아내와 육아 교대를 했고, 휴직 중인 아내는 운동을 나갔다. 모든 것을 반반씩 분업하는 부부의 모습은 일면 좋아 보였지만, 남편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부는 공동 통장을 만들고, 필요할 때마다 생활비를 반반씩 통장에 넣어서 사용했다. 그렇다 보니 남편이 좋아하는 과자를 사거나, 아내가 필요한 트리트먼트를 사는 일로도 충돌했다. 장을 보고 돌아온 아내는 남편에게 “입금이 아직 안 됐다”라며 통장에 돈을 넣어달라고 주문했다. 스튜디오에서 아내는 “내가 육아휴직 하면 육아수당만으로 생활이 힘들어서 남편한테 130만원을 달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각자 육아휴직비를 어떻게 줄 것인지 논쟁하던 두 사람은 “일단 적자”라며 익숙한 듯 종이를 가져와 계약서를 쓰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다시 생일선물을 가지고 다퉜다. 남편이 “자기는 나 생일선물도 아직 안 줬잖아”라고 하자 아내는 “그럼 내 명품백 사주기로 한 것도 적어”라며 또 각서를 꺼냈다.
아내가 “그런데 내 선물은 65만원인데, 오빠 꺼는 100만원이잖아”라고 하자 남편은 “그럼 내가 차액 35만원 줄게”라며 생일선물 비용까지 맞춰 스튜디오를 한숨으로 물들였다. 스튜디오에서 남편은 두 사람이 작성한 두툼한 결혼생활 합의서를 내밀었다. 여러 번 고쳐 쓴 합의서에는 각각 10가지 항목이 적혀있었고, 이를 어길 시 벌금도 적혀있었다.
남편은 “아내가 육아휴직을 하라고 했더니, 자기가 벌이가 450만원인데 휴직하면 수당을 80만원 밖에 못 받는다면서 용돈을 130만원을 달라고 했다. 그러면 육아휴직 하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다”라고 말했다.
오 박사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걱정이 태산이다. 생활에 돈이 중요하긴 한데, 육아휴직은 아이를 양육하기 위한 것 아니냐. 그런데 육아휴직 얘기를 하면서 육아 이야기, 아이 이야기를 안 하고 있다. 중요한 선택기준이 언제나 돈이다. 상대방이 조금만 이득이어도 억울한 거다. 생일 선물도 마음이 중요하지 그 금액을 갖고 얘기하시니 왜 그러시는 거냐”라고 의아해했다.
아내는 “이 결혼 생활의 끝을 많이 생각하다 보니 서로 이득을 더 많이 챙기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이어진 화면에서 두 사람은 내 집 마련을 위해 부동산을 방문했다. 남편이 주택구매에 적극적인 반면, 아내는 여유가 생길 때까지 임대주택에서 생활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다시 계약서를 꺼내든 두 사람은 이번엔 서로 집을 혼자 사겠다고 주장했다.
공동명의로 집을 사자는 남편에게 아내는 “내가 집을 살 테니 오빠는 혼수를 해와”라더니 “내가 원했던 가정과 너무 다르니까 우리가 가족이 맞나 싶고 언제 깨질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 남편에게 선을 긋게 된다”라고 말했다. 다시 한번 합의서를 수정하는 부부를 보며 오 박사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오 박사는 “집 같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아이를 많이 고려한다. 그런데 두 분은 고려사항이 돈이다. 만에 하나 결혼생활 유지하지 못할 때를 대비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명의는 서로 자기가 하려 하고, 소모품인 혼수는 상대방이 하라고 미루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진 영상에서 아내는 “오빠는 나한테 불만 있으면 메모장에 적어놓잖아. 그리고 나랑 다툴 때 다 녹음하더라. 그건 좀 부담스럽다”라고 말했고, 남편은 실제로 상당한 녹음 파일을 갖고 있었다. 아내는 “오빠가 그때 나 때렸잖아. 1월1일에 나를 왜 집어던졌어? 만삭인 저를 밀어 넘어뜨려서 멍도 들었다”라며 눈물을 글썽였고, 남편은 그런 일이 없다고 맞받았다.
아내는 이어 “오빠가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려고 한 것도 그렇고, 가방에 콘돔이 있었던 것도. 개수도 사라지고 종류도 바뀌고 한 것도 이상해서 물었잖아. 그때도 오빠 말이 계속 바뀌었잖아”라고 말했고, 남편은 변명했지만 오해는 깊어졌다.
오 박사는 “두 분의 결혼생활에는 신뢰와 존중, 사랑이 빠져있다. 그게 있으면 5대5가 중요하지 않다. 두 분은 결혼생활을 유지할지 말지부터 결정하셔야 한다. 앞으로도 합의서 각서를 쓰는 생활은 그만하셔야 할 것 같다. 소통이 더 중요하다. 합의서는 찢어 버리셔라”라고 조언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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