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기본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그렇다고 ‘전투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그랬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다시 증명하고 있다. 칼이 춤을 췄고, 활과 총이 날았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금메달 5개-종합 순위 15위’를 목표로 잡았다. 금메달 5개면 1976 몬트리올(1개) 이후 최소 개수다. 그만큼 우려 속 파리로 향했다.
‘기우’였다. 27일 새벽(한국시간) 개막식이 열렸다. 28일부터 본격 경쟁 시작. 그리고 딱 사흘 지났다. 30일 현재 금메달 5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다. 목표 조기 달성이다.
팬은 “근딜과 원딜로 해냈다”고 한다. 게임 용어다. 쉽게 말해 ‘붙어서 공격하는 것’과 ‘멀리서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펜싱-양궁-사격에서 금메달이 나왔다. 펜싱이 근딜, 양궁과 사격이 원딜이라면 딱 맞다.
출발은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다. 28일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큰 위기 없이 금메달까지 도달했다. 이번대회 1호 금메달. 포인트를 얻으려면 찔러야 한다. 붙을 수밖에 없다. ‘근딜’이다.
다음은 ‘원딜’이다. 사격에서 금메달 두 개를 캤다. 28일 오예진(IBK기업은행)이 정상에 섰다. 2위도 한국의 김예지(임실군청)다. 30일에는 ‘고교생 사수’ 반효진(대구체고)이 금빛 총성을 울렸다. 만 16세 소녀가 사고 제대로 쳤다.
‘활’도 빠질 수 없다. 한국 양궁은 ‘세계최강’이다. 여자 양궁은 29일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누르고 금메달을 따냈다. 무려 올림픽 10연패다. 그냥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다. 30일에는 남자 양궁이 압도적 실력을 앞세워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올림픽 3연패다.
이렇게 금메달 5개다. 은메달 3개 가운데 2개도 사격이다. 김예지 외에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이 사격 10m 공기소총 혼성 단체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 대한민국 대표팀 첫 메달이다. 전체 9개 메달 가운데 칼·총·활로 7개. 이쯤 되면 무섭다.
대한민국은 동시에 ‘게임 강국’이기도 하다. LoL e스포츠에서도 ‘원딜 챔피언’의 힘이 나온다. 요즘은 미드라인에서도 원딜 챔피언이 등장하는 경우가 꽤 잦다.
최정상급 미드라이너로 꼽히는 ‘쵸비’ 정지훈(젠지)은 “원딜은 거리 유지를 하면서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서 좀 더 다이내믹하다”며 “한국은 멀리서 쏘는 걸 잘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 사격과 양궁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모든 선수들이 부상없이 원하는 결과를 이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선수단 파이팅!"이라며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대한민국은 과거부터 수없이 많은 침략에 시달렸다. 그때마다 극복해냈다. 무수히 많은 병사가 칼과 창을 들었고, 활시위를 당겼다. 백성들은 돌까지 집어 던졌다. 기본 전투력이 있다.
‘질 수 없다’는 승부욕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영토도 크지 않은 나라임에도 ‘스포츠 강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이유다.
아직 끝이 아니다. 펜싱 단체전이 남았고, 사격도 계속된다. 양궁도 개인전이 이어진다. 금맥은 계속 캘 수 있다. 그리고 무기 없이 맨몸으로 싸우는 종목도 있다.
유도에서 이미 메달이 하나 나왔다. ‘독립유공자 후손’ 허미미(경북체육회)가 은메달을 따냈다. 결승에서 아쉽게 졌다. 값진 은메달이다. 아직 금메달 후보는 또 있다. 김민종(양평군청)이다.
태권도 준비하고 있다. 남자부 박태준(경희대)과 서건우(한국체대), 여자부 이다빈(서울시청)과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이 출격한다. 금메달 1개 이상 딴다는 각오다. 유도와 태권도는 전형적인 ‘근딜’이다. 백병전에 버금간다. 원딜로 기선을 제압하고 근딜로 승리를 따내는, 대한민국 특유의 ‘전투력’이 파리를 수놓고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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