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수=김민규 기자] “7~8월 한여름에 경기 시작을 오후 7시로 늦춰야 할 것 같다.”

폭염 후유증이 예상보다 컸다.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이지만 무더위에는 장사가 없다.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그라운드에서 3시간 넘게 뛰었다. 몇몇 선수들은 탈진 증세로 쓰러졌다. 사령탑은 걱정이 앞선다. LG 염경엽 감독은 “틀을 깨고 한여름 경기 시간과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4일 울산에서 열린 롯데와 LG의 ‘울산시리즈’는 순탄치 못했다. 연일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 급기야 2일엔 KBO리그 출범 처음으로 폭염으로 인해 경기가 취소됐다. 울산 문수야구장은 인조잔디여서 내뿜는 지열이 엄청나다. 현장 온도계는 섭씨 50도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폭염이 기승을 부린 3일엔 경기가 진행됐다. 양팀 사령탑은 “강행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예정대로 치러졌다. 롯데가 8-3으로 승리했다. 경기 승패를 떠나 상처가 남았다. 경기를 마친 LG·롯데 선수는 탈진, 열사병 증상을 호소했다.

4일 폭염으로 취소된 롯데와 경기 전 만난 염 감독은 “이제 우리나라도 열대야여서 혹서기에는 경기 시작을 7시(오후)로 늦춰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기 시작을 6시30분에 해야 할 목적이 없다. 30분 늦춰 7시에 한다고 팬이 (야구장에) 안 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팬과 선수는 더 좋을 수 있다”며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이고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염 감독은 “땡볕에서 기다리다 보면 팬도 지친다. 우리 숙소에서 팬을 만나 ‘안 더웠느냐’고 물어보니 ‘엄청 더웠다’고 하더라. 지금이라도 7시 경기 시작을 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폭염, 게릴라성 폭우 등 국내 기후가 바뀌고 있다. 그만큼 KBO에 명시된 경기 준비와 시간 등 규정 변화가 불가피하다. 당장 규정 변경이 어렵다면 상황에 따른 유동적인 경기 운영이 필요하다.

KBO 관계자는 “경기 시간 변경에 대해서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팬의 이동 편의, 중계방송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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