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정다워 기자] 1887년 에펠탑을 설계한 건축가 귀스타브 에펠은 상상이나 했을까. 에펠탑 앞에 모래사장을 깔아놓고 올림픽 비치발리볼 경기가 열릴 것이라는 사실을.

2024 파리올림픽의 최대 히트작은 비치발리볼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에펠탑 앞에서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치트키’다. 에펠탑은 파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에펠탑 정도로 깊고 확실한 인상을 주는 랜드마크는 많지 않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서 셀카를 가장 많이 찍는 ‘비공식 장소’가 바로 비치발리볼 경기장인 에펠타워 스타디움이다. 낭만과 재미,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까지. 이 모든 걸 비치발리볼 경기장에서 즐길 수 있다. 말 그대로 종합선물세트다.

연일 매진이다. 경기장 수용 인원은 약 1만1000명인데 최소 관중 경기에도 8550명이 들어왔다. 1만여명의 관중이 가변석에 모여 에펠탑을 배경으로 이뤄지는 비치발리볼을 관전하고 있다. 한 웹사이트를 검색해보니 비치발리볼 경기장에서 가장 저렴한 티켓을 950유로(약 14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가장 비싼 자리는 2000유로(약 297원)에 달한다. 티켓 한 장으로 두 경기를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꽤 비싼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기자가 경기장을 찾은 5일에는 브라질과 네덜란드(남자부), 미국과 이탈리아(여자부) 16강전 두 경기가 열렸다. 먼저 남자부 경기기 오후 9시 시작됐다. 석양이 지는 시간이라 붉은 하늘이 경기장을 감쌌다. 파워풀한 남자 선수들의 화끈한 경기에 관중은 연이어 환호했다.

오후 10시가 되자 해가 지며 에펠탑에 조명이 켜졌다. 경기를 앞두고 모든 불이 꺼지고 에펠탑만이 경기장을 비췄다. 프랑스를 대표하던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Hymne A L‘Amour(사랑의 찬가)’가 흘러나왔다. 에펠탑 앞 에디트 피아프라니. 이건 사기다. 프랑스의 낭만과 감성에 모래마저 물드는 것 같았다.

반짝거리는 에펠탑 앞으로 미국, 이탈리아 선수가 등장했다. 남자부 선수들이 나올 때보다 더 큰 소리로 환호했다. 경기는 확실히 여자부가 재미있다. 기나긴 랠리가 계속되고 극적으로 점수를 내는 플레이에 관중은 흥분했다. 이미 환상적인 야경에 매료된 관중은 경기를 보며 ‘텐션’이 더 올라왔다.

2주간 파리올림픽을 취재하면 다닌 결과, 이번 대회 최고의 히트작은 바로 이 경기장이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비치발리볼 경기장을 만들기 위해 파리 북동쪽으로부터 약 120㎞ 떨어진 채석장에서 수 톤의 모래를 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과거 올림픽 비치발리볼 경기장에 모래를 공급한 적이 있는 곳이다.

현장에서 기자의 ‘에펠탑샷’을 찍어준 자원봉사자는 “이곳에 배치된 것은 최고의 행운”이라면서 “남들은 큰돈을 써서 이 경기장에 들어오지만 나는 매일 아름다운 에펠탑을 즐기고 있다. 대회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다른 건 몰라도 파리올림픽에서 비치발리볼 하나는 이미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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