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정다워 기자] ‘막내’가 종주국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박태준(20·경희대)은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에 기권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박태준은 1-0(9-0 13-1)으로 우위를 점한 가운데 2회전 막바지가 상대가 부상 기권하며 승리했다.

박태준은 이번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태권도 대표팀의 막내다. 2004년생으로 만 20세에 불과하다. 여자 57㎏급 김유진(24·울산광역시체육회), 남자 80㎏급 서건우(21·한체대), 여자 67kg초과급 이다빈(28·서울시청) 등 총 4명 중 가장 어린 선수다.

막내의 역할이 막중했다. 박태준은 4명 중 가장 먼저 경기에 나섰다. 스타트를 어떻게 끊느냐에 따라 대표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올림픽 경험이 없는 박태준이지만 금메달을 따는 과정은 완벽했다. 박태준은 파죽지세로 결승에 안착했다. 16강에서 요한드리 그라나도(베네수엘라) 2-0 완승했다. 1~2회전 모두 12-0으로 콜드 게임을 만들었다. 8강에서도 개최국 프랑스 선수인 시리앙 라베를 2-1로 잡았다. 홈 팬의 열광적인 응원을 극복하고 승자가 됐다. 4강에서는 세계 랭킹 1위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튀니지)를 2-0으로 격파했다. 도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젠두비를 상대로 박태준은 공격적이고 대담한 플레이를 구사해 단 한 회전도 내주지 않고 여유롭게 승리했다.

결승에서도 박태준은 우월했다. 1회전 중반 상대가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경기에 임하지 못한 것을 고려해도 분명 우승할 만한 실력이었다.

태권도는 지난 20~30년 사이 글로벌 스포츠로 도약했고, 신체조건이 좋은 해외 선수들이 종주국인 한국 선수들 이상의 기량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 결과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을 하나도 얻지 못했다. 게다가 남자 58㎏급은 한국이 아직 올림픽에서 정복하지 못한 체급이었다. 레전드 이대훈조차 은메달에 머물 정도로 인연이 없었다. 박태준이 이 체급의 첫 번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심지어 남자부에서 금메달이 나온 것은 2008년 베이징 대회 남자 68㎏급 손태진, 남자 80㎏ 초과급 차동민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종주국의 자존심을 확실하게 지키는 결과다.

박태준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랬다. 박태준은 공격적이고 대담한 공격, 앞서는 상황에서도 쉽지 않고 상대를 몰아치는 적극적인 플레이로 포디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여기에 경기 후에는 부상을 입은 상대에게 다가가 위로한 후에야 우승 세리머니를 했고, 시상식 후에도 마고메도프를 부축하는 성숙한 태도까지 보였다. 실력과 매너 모두 만점이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박태준은 “이거 꿈 아니죠?”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선수와 대화했다. 미안하다고 했더니 격투기 스포츠에서는 당연히 부딪힐 수 있다면서 괜찮다며 축하해줬다. 서로 격려했다”라는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박태준은 매트 위에 오르기 전까지 무선이어폰을 통해 노래를 듣는 ‘루틴’으로 화제가 됐다. 그는 “빠른 템포의 팝송을 듣다 나중에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라는 노래를 듣는다. 가사처럼 되고 싶어서 계속 들으면서 나왔다”라고 말했다. 바람대로 박태준은 한국 올림픽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