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한국 배드민턴이 여전히 시끄럽다. 선전포고했던 안세영(22·삼성생명)은 살짝 물러난 모양새. 반면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전투태세를 분명히 했다. 양상이 묘하다. 끝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안세영은 5일과 7일 두 차례 언론 앞에 섰다. ‘온도’가 완전히 다르다. 5일 금메달을 따낸 후 “대표팀과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 내 금메달 원동력은 분노”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협회에 단단히 실망한 듯했다. 여러 얘기가 나왔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무릎 부상을 입었으나 오진했다고 했다.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나설 방법을 찾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개인 스폰서 관련된 설도 돈다.

7일 한국에 돌아왔다. “싸우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었다.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고 싶었다”며 “협회와 얘기한 것도 없고, 소속팀과 상의한 것도 없다. 자세한 내용은 상의한 후에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됐다. 파리에서는 거침이 없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입을 닫았다. “말을 아끼겠다”고 했다. 협회와 대화하겠다는 뜻도 내놨다.

협회는 처음에는 침묵했다. 조용히 반격 카드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이 귀국한 후 보도자료를 냈다. 안세영의 발언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벌금 때문에 국제대회에 무리해서 참가시킨 대회는 없다고 했다. 또한 아시안게임에서 당한 부상 치료와 관련해서도 타임라인까지 정리해가며 조목조목 따졌다.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대표팀 단식 및 복식의 훈련 방식과 프로그램을 자세히 조사하겠다고 했다. 안세영의 개인 자격 국제대회 출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뜻을 내놨다.

이틀 사이에 형국이 ‘확’ 바뀌었다. 일단 안세영이다. 숨을 고르는 것인지, 심경의 변화가 있는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대화를 말했다. 혹은 협회와 극적으로 타협하고 ‘해프닝’으로 정리할 수도 있다.

반대로 갈 가능성도 여전하다. 실망한 마음이 금방 사라질 리가 없다. ‘협회를 만나보니 확신이 든다’며 다시 날을 세울 수도 있다. 협회 발표를 재반박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면 또 이해가 된다. 협회와 갈등을 빚은 세계 최고 수준의 플레이어는 국적을 바꾸기도 한다.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 사람 일 또 모른다.

협회는 이미 칼을 뽑은 상태다. 김택규 회장은 7일 귀국장에서 “안세영과 갈등 없다”고 했다. 그리고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천명했다. 협회 어른들은 ‘원하는 대로 해줬는데 괘씸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썩 반갑지 않은 내전이다. 협회와 선수가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은 예전부터 많았다. 올림픽 금메달 직후 폭발한 경우라 판이 크다. 일단 1라운드는 끝났다. 이게 최종 라운드라면 종전이다. 아니라면 2라운드가 기다린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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