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1일 종영한 JTBC ‘놀아주는 여자’의 가장 큰 수확은 엄태구의 재발견이다.

영화 ‘밀정’(2016)의 일본 경찰 하시모토,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2021)의 조직폭력배 박태구 등 그간 출연작에서 선보인 짙은 누아르 연기와 ‘놀아주는 여자’ 속 로맨틱 코미디 장르 간극이 커보였다. 물음표는 곧장 느낌표로 바뀌었다. 엄태구표 ‘겉바속촉’ 연기가 이를 증명했다.

엄태구는 ‘놀아주는 여자’에서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전과자들을 위한 회사를 운영하는 서지환을 연기했다. ‘모태솔로’인 그는 자신과 정반대 성향의 키즈 크리에이터 고은하(한서화 분)를 만나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엄태구표 로맨스 연기에 시청자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조사한 배우 브랜드평판에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이정재,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의 정은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온라인 곳곳에서 “엄태구의 사랑스러운 ‘멜로 눈깔’에 반했다”는 여성들의 고백이 이어졌다.

엄태구는 “인도네시아 팬들이 꽃다발, 손 편지 등을 주니 비로소 인기가 실감이 났다”라며 “배우라는 직업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실상 서지환은 ‘내향형’ 인간 엄태구를 빚어낸 캐릭터다. 그는 그 흔한 모바일 메신저도, 팬들과 소통을 위한 SNS도 설치하지 않았다. 불편함은 주변의 몫으로 남겨뒀다.

지난 2020년 tvN ‘바퀴 달린 집’에 출연했을 때도 제대로 말을 꺼내지 못해 성동일이 “어디 머리 아프냐”고 물을 정도였다. 그는 “당시 말을 제대로 못해서 속상했다”며 “그래도 배우를 하면서 많이 밝아졌단 얘길 듣는다”라고 웃었다.

그런 엄태구에게 로맨스 연기는 쉽지 않은 과제였다. 8개월 동안 이어진 촬영은 스스로의 틀을 깨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강풍기를 틀어놓고 코믹한 연기를 쉴 새 없이 반복했다.

“민망한 순간의 연속이었죠. 제가 가진 것보다 몇배로 텐션을 업시켜야 했어요. 하지만 저 때문에 촬영시간이 길어지면 안 되니 어떻게든 해내려고 했어요.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린 계기가 됐죠.”

엄태구는 ‘놀아주는 여자’를 집필한 나경 작가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제 안에 있는 캐릭터를 작가님이 끄집어내줬다”며 “술을 못 마셔 사이다를 마시는 부분도 저랑 비슷한 면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서지환과 달리 여자친구와 교제해본 경험은 있다. 그는 “연애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모태솔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7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도 엄태구의 내향형 성격이 물씬 묻어 나왔다. 에피소드를 짜내려고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싸매는 모습이 그의 매력이다. 진중하게 한마디씩 꾹꾹 눌러 담아 이야기했다.

엄태구는 “현장 분위기는 정신이 없었다. 양쪽에서 유재석, 조세호 두 선배님이 잘 챙겨주셨다”며 “두 번째 나가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적응할 때쯤 끝난 것 같다”라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그 어려운’ 로맨틱코미디물을 해본 엄태구는 차기작으로 멜로물에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장르를 구분짓고 싶지는 않아요. 재미있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죠. 로맨틱코미디를 해봤으니 이왕이면 멜로물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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