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 | 평창군=이주상 기자] “님이여, 달빛을 타고 이 밤에 내 꿈속에 숨어드소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인 이효석(1907~1942)의 단편 ‘사랑하는 까닭에’에 나오는 구절이다.

님, 달빛, 꿈은 이효석이 사랑한 소재일 뿐 아니라 ‘생활’이었다. 항상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했으며 달과 꿈을 통해 글을 만들어냈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은 그가 태어난 곳이고, 봉평면은 그가 생활한 곳이다. 봉평면의 메밀밭은 이효석의 대표작인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이기도 하다.

어렸을 적 학교에 다니며 걸었던, 길에 핀 메밀꽃은 이효석의 소중한 기억이었고, 그 기억은 한국 단편 문학의 정수가 되었다. 낙엽을 태울 때 피어오르는 연기를 ‘갓 볶아낸 커피의 향’이라고 표현한, 모차르트와 쇼팽의 음악을 들으며 끝 모를 사색의 낭만에 빠져들었던 이효석이다.

그는 모차르트처럼, 쇼팽처럼 일찍 죽었지만, 아름다운 시적 언어로 ‘영원’을 획득했다. 그 영원함은 지울 수 없는 짙은 그림자를 고향에 남기며 지금도 수많은 사람을 매료시키고 있다.

◇평창 이효석 문학관

2002년 9월 7일 제4회 효석문화제 기간 중 문을 연 이효석 문학관에는 그의 작품 일대기와 육필 원고, 유품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효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볼 수 있는 문학전시실과 다양한 문학 체험을 할 수 있는 문학 교실, 학예연구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학전시실은 그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볼 수 있으며, 재현한 창작실, 옛 봉평 장터 모형, 문학과 생애를 다룬 영상물, 어린이용 영상물 등을 통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학예연구실에는 이효석과 관련된 자료를 준비하여 그의 문학세계를 깊이 연구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학 정원에서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문학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효석 달빛언덕

봉평면 창동리에 자리한 ‘효석 달빛언덕’은 이효석의 생애와 근대문학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문학 테마 관광지이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봉평을 모티브로 책 박물관, 근대문학체험관, 이효석문학체험관, 나귀광장, 테마형 경관, 효석광장 등으로 이뤄졌다.

근대문학체험관은 1920~1930년대 이효석이 활동했던 근대의 시간과 공간, 문학을 이야기로 풀어내어 한국의 근대 문학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꿈꾸는 달은 이효석의 기억과 추억들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카페, 작은 도서관, 기념품 판매점 등 휴게공간이 함께 마련됐다. 각종 문화행사와 공연이 열릴 예정인 나귀광장과 효석 달빛언덕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달빛나귀 전망대도 있다.

사계절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꿈 꾸는 정원과 창밖의 달 모형을 통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연인의 달, 달빛나귀 전망대와 꿈꾸는 달 카페의 옥상을 잇는 하늘다리, 달빛광장 등이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낸다.

◇이효석 문학의숲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소설 배경지인 봉평의 정취를 느끼며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소설 속 장터, 충주집, 물레방아 등이 재현되어 있다. 숲속 내 넓은 습지에는 각종 희귀 습지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계곡에는 청정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가재도 다량 서식하고 있다. 최근 강원도로부터 ‘효석 산림욕장’으로 지정받았다.

이곳 효석 산림욕장은 평창읍 남산산림욕장과 진부면 석두산, 대화면 매봉산, 진부면 오대산 명상 숲 산림욕장에 이어 평창군에서는 5번째 산림욕장이다.

◇평창효석문화제

가을을 알리는 축제의 시작, ‘2024 평창효석문화제’가 오는 9월 6일부터 15일까지 평창군 봉평면 이효석문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은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는 봉평은 이효석의 대표적인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자, 선생이 나고 자란 곳으로, 해마다 9월이면 들녘을 덮는 하얀 메밀꽃으로 장관을 이루는 메밀의 고장이다.

그를 기념하는 문화제뿐 아니라 문학마당, 전통마당, 자연마당으로 구성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특별한 추억여행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올해 평창효석문화제는 문학프로그램을 강화하면서 예술, 정치, 음악, 코미디 등 다양한 분야의 목소리를 모아 듣고, 토론하고, 창작하는 ‘문학미식자연주의’ 축제로 기반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rainbow@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