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재능만 뛰어난 게 아니다. 야구에 임하는 자세도 남다르다. 실전처럼 훈련하고 수험생처럼 연구한다. 그래서 주춤할 수는 있어도 무너지지는 않는다. 한화 만 21세 에이스 문동주(21)가 그렇다.

절망 같았던 전반기를 뒤로하고 반등했다. 후반기 평균자책점 2.40. 후반기 4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발 투수 중 3위다. 국내 선발로 시야를 좁히면 1위. 후반기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국내 선발은 문동주와 키움 하영민 둘뿐이다.

롤러코스터 같았던 전반기와 180도 달라졌다. 투구 밸런스가 잡혔고 구위도 꾸준하다. 경기마다 편차가 컸던 속구 구속이 시속 150㎞대로 유지된다. 기록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후반기 8경기 중 문동주의 속구 평균 구속이 1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8월20일 NC전 한 경기다. 당시 평균 구속도 149.6㎞로 150㎞에 가까웠다. 지난달 27일 롯데를 상대로는 평균 구속 153.3㎞. 그리고 6이닝 무실점으로 펄펄 날았다.

단순히 속구만 좋아진 게 아니다. 속구가 살면서 변화구도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이 속구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좌타자 상대 결정구를 두고 늘 고민했는데 포크볼을 장착해 실마리를 풀었다.

지난 3일 대전 두산전 삼진 8개중 4개가 포크볼에서 나왔다. 1회 첫 타자 정수빈부터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더니 좌타거포 김재환도 속구와 포크볼을 조합해 돌려세웠다. 강속구 투수에게 결정구가 더해진 게 얼마나 위력적인지 지금의 문동주가 증명하고 있다.

어쩌면 예고된 반등이다. 투수 코치의 믿음부터 굳건했다. 후반기부터 한화 유니폼을 입은 양상문 투수 코치는 “동주와 대화할 때마다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이제 프로 3년차인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던질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정말 대단하고 기특하다. 영리하니까 오히려 빠르게 생각을 전환할 수 있다고 봤다. 고비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기본으로 돌아갔다. 속구 위주의 볼 배합으로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선점한다. 자연스럽게 주도권을 잡으면서 타자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하고 젊은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퍼포먼스 이상을 펼쳐 보인다. 라이언 와이스와 함께 후반기 한화 원투 펀치다.

문동주가 다시 도약함에 따라 오는 11월 국제대회 프리미어12에도 희망이 생겼다. 늘 대표팀 선발진을 두고 고민이 많은데 정상궤도에 오른 문동주라면 고민도 사라진다. 원태인 곽빈과 함께 대표팀 오른손 트리오를 구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문동주하면 늘 따라오는 KIA 김도영과 경쟁에도 다시 불이 붙는다. 1년차인 2022년, 2년차인 2023년은 문동주의 승리였다. 하지만 올해는 김도영이 시즌 시작점부터 지금까지 쾌속 질주한다. 시즌3 승자는 누가 봐도 김도영이 됐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앞으로 꾸준히 둘은 건강한 라이벌 관계를 이어갈 것이다. 어쩌면 2025시즌. 문동주와 김도영이 MVP를 두고 투타 대결을 펼칠 수 있다. ‘문김대전’이 KBO리그 최고 흥행카드가 될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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