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관람 시간 단 5분, 대기시간 420분(7시간). ‘국민 판다’ 푸바오가 마지막으로 공개되던 지난 3월3일, 에버랜드 일대가 술렁였다. 개장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푸바오를 보기 위한 인파가 쏟아졌다. 아침 6시부터 줄을 섰다. 헬리캠으로 찍은 광경은 장관이었다.
영화 ‘안녕, 할부지’를 제작한 심형준 감독은 “마지막 공개 날이 다가올수록 이 친구가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며 “마지막 3개월의 이야기를 영화에 잘 전달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푸바오와 함께했던 주키퍼의 이야기를 다룬다. ‘베테랑2’(32.1%)에 이어 전체 예매율 2위(15.0%)를 기록했다. 임영웅의 공연 실황 영화(8.2%)에 앞선 수치다. 다큐 영화로서는 드물 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다. ‘국민 판다’가 지내온 시간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대중이 많다는 걸 다시 증명한 셈이다.
푸바오가 떠나는 날 오열하는 이가 숱했다. 푸바오 영상을 하루 종일 보며 우울증도 치료한 사람도 있었다. 중국 팬은 병원에서도 치료하지 못한 알코올 의존증을 치료했다고 고백했다. ‘푸바오 치료’를 했다는 사연을 담은 편지가 강철원 주키퍼(사육사)에게 쏟아졌다.
심 감독은 영화 ‘캐스트 어웨이’(2000)를 거론했다. 비행기 추락 사고 후 무인도에 있던 톰 행크스가 버틸 수 있게 해준 배구공 같은 존재가 푸바오라고 했다. 딱 맞아떨어지는 비유다.
심 감독은 “사회 초년생이 애지중지했던 중고차를 떠나보내면서 우는 느낌과 비슷하다. 혹자는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며 “그냥 중국 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보면 왜 사람들이 푸바오에 빠져들었는지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바오는 대한민국 최초 자연 번식 자이언트 판다다. 중국에서 온 아빠 러바오 엄마 아이바오와 사이에서 태어났다. 코로나19 시기에 태어났다. 심 감독은 “곰 인형처럼 귀여운 푸바오가 팬데믹으로 인해 심적으로 힘들고 아프고 외출도 못 하던 사람들에게 깊은 위로가 됐다”고 밝혔다.
영화는 헤어짐의 순간으로 가면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중국 바깥에서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는 ‘멸종위기종 보전 협약’에 따라 다른 판다와 짝짓기를 하는 생후 48개월이 되기 전 중국으로 이동해야 했다.
예정된 이별이 찾아왔다. 강철원 주키퍼는 설상가상 모친상까지 당했다. 3일 상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푸바오와 함께 중국으로 이동했다.
“촬영 분량을 정리하고 쉬는 날이었어요. 비보를 듣고 전남 순천까지 운전해서 내려갔어요. 이 짧은 시간에 이런 드라마가 있을까 싶었어요. 어머님 장례부터 중국까지 동행하는 매 순간이 짧았지만, 롤러코스터를 탔어요. 지금도 울컥울컥해요.”
심 감독 이력을 보면 어떻게 푸바오를 만났을까 싶다. 포토그래퍼, 드라마·예능 연출가, CF 감독까지 ‘N잡러’다. YB, 샤이니, 엑소, NCT 등 아티스트들과 앨범 재킷 작업을 했다. MBC ‘나 혼자 산다’에선 전현무의 엘사 분장 달력 사진을 찍었다. tvN 드라마 ‘플레이어2’, MBN 예능 ‘전현무계획’에서 연출자를 맡았다. 숱한 자동차 CF도 그의 손을 거쳤다. 그래서일까. 그가 그린 푸바오는 다큐의 비장함보다 푸근한 애니메이션과 색감 있는 연출이 덧입혀졌다.
심 감독은 “이번 영화로 사람과 동물이 교감하는 것에 대한 시선과 가치관이 바뀌었다”며 “곰과 할아버지가 친해지는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에 저도 순수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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