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기민하고 영리했다. 실질적인 마감 시한이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냈다. 멕시코 리그에서 뛰는 도미니카 선수인 것을 적극 활용했다. 한국 입국 후 일본이나 홍콩에서 취업 비자를 받는 게 아닌, 한국 입국에 앞서 멕시코에서 비자를 받기로 했다.

그렇게 마감일인 8월15일에 앞서 모든 작업을 마쳤다. 8월14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삼성 르윈 디아즈(28)다.

데뷔 또한 초스피드였다. 한국 땅을 밟은 지 이틀 만에 퓨처스리그 경기를 소화했다. 한국에서 치른 첫 실전부터 홈런. 다음날인 17일 1군 데뷔전에서도 홈런.

지난 6일 사직 롯데전까지 15경기에서 홈런 5개를 쏘아 올렸다. 장타율 0.600에 OPS 0.939. 담장을 간신히 넘기는 게 아닌, 맞자마자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초대형 아치를 그린다. 꾸준히 대포를 쏘아 올리는, 삼성이 원했던 거포다.

그러면서 벌써 전임자 데이비드 맥키넌을 넘어섰다. 맥키넌은 전반기 72경기를 소화하며 홈런 4개를 쳤다. 5월까지 유지했던 3할 타율도 6월 들어 2할대로 떨어졌다. 타자친화형 홈구장 라이온즈파크와 궁합이 맞지 않았다.

올스타전 이후 맥키넌과 이별을 결정했고 루벤 카데나스를 데려왔다. 그런데 카데나스는 6경기만 치른 시점에서 부상으로 출장하지 못했다. 6주 동안 맥키넌, 카데나스, 디아즈까지 외국인 타자 3명이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다사다산했지만 결과가 좋다. 삼성은 디아즈가 합류한 지난달 17일부터 11승 4패로 고공질주하고 있다. 이 기간 24홈런으로 리그 1위. 디아즈 외에 박병호가 7홈런, 구자욱도 5홈런으로 시원하게 넘긴다. 언제든 한 방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삼성에는 희망, 삼성을 상대하는 팀에는 공포가 된다.

전통의 팀 컬러도 회복했다. 삼성은 1982년 KBO리그 원년부터 팀 타격과 관련된 모든 기록에서 정상에 올라있다. 이만수 장효조 양준혁 이승엽으로 이어지는 최고 타자 계보도 자랑한다. 화끈한 야구가 삼성의 상징이었고, 화끈한 야구로 역대 정규시즌 승률 1위(0.545)와 역대 최다승 2919승을 올리고 있다.

팬도 뜨겁게 응답한다. 지난 6일까지 홈 관중수 또한 1위. 122만7022명이 라이온즈 파크를 찾았다. 일찍이 구단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했는데, 홈 경기뿐이 아닌 원정 경기에도 삼성 팬이 가득하다. 2021년 이후 3년 만에 찾아온 가을야구를 반갑게 맞이한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