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잉글랜드가 아일랜드를 상대로 어딘가 묘한 승리를 거뒀다.

잉글랜드는 8일(한국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의 아비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리그B B조 1차전에서 2-0 승리했다.

잉글랜드는 전반 11분 데클란 라이스(아스널)의 선제골에 전반 26분 나온 잭 그릴리쉬(맨체스터 시티)의 추가골을 묶어 완승했다.

공교롭게도 라이스와 그릴리쉬는 모두 아일랜드 청소년 대표팀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 라이스는 잉글랜드 킹스턴, 그릴리쉬는 버밍엄 출신이지만 혈통에 따라 아일랜드 대표팀 선택이 가능했다. 라이스는 17세, 19세, 21세 이하 대표팀을 거쳐 2018년에는 아일랜드 A대표팀에 들어가 A매치 3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라이스는 2019년 제1국적으로 잉글랜드로 변경해 잉글랜드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릴리쉬의 경우 아일랜드 A대표팀 경험은 없지만 17세, 18세, 21세 이하 대표팀을 거쳤다. 하필이면 아일랜드 국기를 달고 뛴 경력이 있는 선수 2명이 더블린에서 아일랜드를 침몰시킨 셈이다.

게다가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끄는 리 카즐리 감독까지 아일랜드 출신이다. 카즐리 감독은 지난 유로 2024 이후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을 대신해 잉글랜드를 임시로 이끌고 있다. 카즐리 감독 역시 버밍엄에서 태어났으나 아일랜드 대표팀에서 A매치를 무려 40경기나 뛴 선수 출신이다.

잉글랜드를 향한 아일랜드의 ‘반영 감정’은 일본을 보는 한국의 ‘반일 감정’과 유사하다. 아일랜드는 잉글랜드로부터 지속적인 침략과 수탈을 당한 역사적 배경을 안고 있다. 그런데 하필 아일랜드 출신 선수들에게 실점하고 아일랜드 A대표로 활약하던 감독에게 패했다.

라이스와 그릴리쉬, 그리고 카즐리 감독은 아일랜드 관중으로부터 거센 야유를 받았다. 라이스는 득점 후에도 기뻐하지 않고 세리머니를 자제하는 등 상대를 의식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아일랜드 출신 세 사람 입장에서도 복잡한 감정이 들 만한 원정이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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