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추돌 “사고처리하겠다”한 뒤 이동

음주의심 접한 경철 동선파악 후 이천서 적발

최승준 코치 퇴단 충격 가시기도 전에 또 파문

술 한 잔도 못하는 염경엽 감독 속만 부글부글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허탈하다. 명절을 앞두고 사상 첫 1000만 관중 돌파를 가시권에 둔 잔치 분위기에도 찬물이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음주운전이 추석 연휴 첫날 터졌다. 당사자가 ‘디펜딩 챔피언’ LG 소속 선수여서 충격이 더 크다.

성남중원경찰서는 14일 “현역 야구 선수가 이날 오전 6시13분 서울 중원구 하대원동 노상에서 사고를 낸 뒤 이천에서 음주측정에 적발됐다. 선수들이 탄 SUV 차량이 앞서가던 승용차 후면을 추돌했다. 선수가 피해차주에게 자신의 신분증을 제시한 뒤 ‘사고처리하겠다’고 말한 뒤 현장을 이탈했는데, 차주가 음주운전을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선수는 사고 후 이천까지 이동해 이천에서 음주 측정했다”고 설명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해당선수에게 연락해 이동 중인 것을 확인한 뒤 이천의 한 졸음쉼터로 불렀고,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분을 확인했고 뺑소니 등 사고를 은폐하려는 목적이 없었으므로 일단 귀가조치한 뒤 입건 해 조사할 계획이다. 사고의 경중을 떠나 취중에 운전대를 잡은 것만으로도 처벌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LG는 7월말 코치 한 명이 음주측정을 거부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돼 구단에서 방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남의 일’로 치부한 꼴이어서 구단 대응에 눈길이 쏠린다.

해당 사실을 인지한 LG는 곧바로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동승한 동갑내기 또다른 선수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조사받을 예정이다. 젊은 투수를 기반으로 ‘왕조’를 구축하려던 LG는 졸지에 투수 두 명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LG 염경엽 감독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염 감독은 술을 한 잔도 못마시는 지도자다. 체질적으로 알코올 분해 기능이 없다. 그래서 선수들에게도 “술 마시지 말라는 얘기는 안한다. 대신 성인이고, 얼굴과 이름이 공개된 프로야구 선수인 만큼 한 잔이라도 입에 댔다면, 대리기사를 부르든 차를 두고 가든 음주운전과 관련된 어떤 행위도 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히어로즈 사령탑 시절 애제자 중 한 명이던 강정호(은퇴)가 음주운전 삼진 아웃으로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KBO리그에서도 퇴출됐다. 지금은 두산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강승호도 SK시절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숨기고 경기 출장까지 해 공분을 샀다.

LG 투수 두 명 역시 철퇴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음주 상태로 물적 사고를 냈으므로 KBO 상벌위원회 징계가 불가피하다. 구단이 선제적으로 선수를 징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그만큼 전도유망한 즉시전력감이어서, 투수 한 명이 아쉬운 구단으로서는 퇴단 등의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법과 규정으로 엄격히 금지한 행위를 하고도 그라운드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면, 경각심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LG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1라운드 지명에 왼손이라는 점이 고민을 더 키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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