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빌런 둘이 나옵니다. 그게 내 자식과 동생 자식이에요. 그 어떤 빌런보다도 셉니다. ‘공공의 적’ 강철중이면 쥐어패기라도 하지. 총칼보다 말이 더 잔인한 영화입니다.”

내달 16일 개봉하는 ‘보통의 가족’은 각자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형제 부부 네 사람이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문제는 내 새끼 일이다. 노숙자를 발길질로 무자비하게 폭행해 숨지게 한다. 그것도 웃으면서 즐긴다. 형제 재완과 재규는 자녀의 거취를 놓고 정반대로 입장이 바뀌면서 파열음을 낸다.

설경구는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리에 앉아서 하는 구강 액션이 그 어떤 액션보다 폭력적이고 피가 철철 흐르는 영화”라며 “뒷부분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토론토 영화제에서는 엔딩에서 ‘꺅’하는 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변호사 재완은 지극히 계산적이다. 보복 운전으로 사람을 죽인 재벌 3세도 “얼마 준대?”하면서 성실하게 변호한다.

설경구는 “재완은 기본적으로 졸렬한 인간”이라고 소개했다.

아이들이 때린 노숙자는 중환자실에 있다 숨을 거둔다. 재완 혼자 장례식장에 찾아간다. 죄책감일 수 있다. 설경구 해석은 달랐다.

“확인하고 싶어서 장례식장에 가서 간 거죠. 노모 집에 찾아가 창문으로 돈을 찔러줘요. 치졸해요. CCTV에 흐릿하게 찍히려고 비 오는 날을 택했어요. 혹시 모르니까 수술용 장갑까지 끼고 갔어요. 지문 남으면 안 되니까. 돈을 준 것도 마음의 빚을 조금이라도 탕감하려고 하는 행동이죠.”

노숙자의 죽음으로 모든 게 끝난 듯했다. 유일한 목격자가 없어졌다. 다들 아무 일 없다는 듯 행동했다. 오히려 모두 표정이 밝아졌다. 환자 앞에 양심이 늘 우선이었던 소아외과 전문의 재규(장동건 분)도 아프리카 자원봉사를 가고,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연경(김희애 분)도 자식 문제 앞에선 예외가 없었다. ‘자녀의 안위’가 우선이었다.

여기에 균열을 낸 건 뜻밖에도 재완이었다. 마지막 식사 자리에서 자수시켜야 한다며 동영상을 내민다. 일말의 죄책감이라도 있을 줄 알았던 혜윤(홍예지 분)과 시호(김정철 분)가 나눈 대화가 네 사람을 패닉에 빠뜨린다.

재완은 늦둥이 방에 설치된 홈캠에 녹음된 목소리를 듣고 한숨을 내쉰다. 폰을 무겁게 내려놓는다. 설경구는 “자식을 악마라고 얘기하면 안 되는데, 정말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웠다”고 말했다.

아버지로서 책임감, 변호사로서 법률적 지식까지 동원했다. 결론은 ‘자수’였다.

설경구는 “재완은 실리를 따지는 사람이다. 끝까지 여러 수를 두고 고민한 것”이라며 “자식을 자수시킨 변호사라는 타이틀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거다. 잡힌 딸의 부모보다는 내가 데려가서 자수시킨 변호사가 낫지 않나. 커리어까지 생각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본인의 일이라면 어떨 것 같냐?’고 물었다. 설경구는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상상하니까 너무 무섭더라”며 닭살 돋은 팔을 기자에게 내밀었다.

그러면서 설경구는 “영화관에 가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볼만한 영화다. 영화관에서 말을 안 해도 각자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될 것”이라며 “자녀는 자녀대로 부모는 부모 대로 입장이 다를 것이다. 그런 얘기를 서로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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