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전=정다워 기자] 울산HD 김판곤 감독이 한국 축구 상황에 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의 K리그1 32라운드 경기에서 1-0 승리한 뒤 위기에 직면한 한국 축구에 관한 걱정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김 감독은 2018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자격으로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을 영입한 인물이다. 벤투 감독은 4년을 온전히 이끌어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김 감독이 선임한 김학범 감독은 23세 이하 대표팀을 지휘해 아시안컵 우승을 견인했고, 정정용 감독은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달성했다. A대표팀뿐 아니라 연령대 대표팀까지 연이어 성공 가도를 달렸다.

김 감독은 철저한 프로세스를 만들어 한국 축구의 새 지평을 열었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했고, 시스템 인사를 통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사령탑을 선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그 이후다. 2021년 당시 홍명보 전무이사가 울산 지휘봉을 잡으면서 김 감독은 외로운 처지가 됐다. 축구협회는 김 감독이 잡았던 전력강화위원회의 권한을 단계적으로 약화하며 ‘자문 및 조언’ 수준으로 약화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축구협회는 주먹구구식 선임으로 회귀했고,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사령탑이 됐다. 올림픽 진출에 실패했던 황선홍 감독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한국 축구는 암흑기로 향했다.

김 감독은 축구협회의 행보에 강력한 비판의 메시지를 남겼다. 일단 전력강화위원회 내부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방향성을 확실하게 설정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김 감독은 “너무 아쉽다. 아시안컵 마치고 축구협회나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오합지졸이 된 팀을 수습하는 방향성을 갖고 지도자를 선임해야 한다고 봤다. 가장 이른 시일 내로 한 팀을 만들 지도자를 찾는 것 같았다”라면서 “그렇게 목표를 설정하고 설득했다면 이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박수받았을 수도 있다. 위원회 안에서조차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아 서로 다른 의견이 나왔는지 그 부분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의 권한을 약화한 축구협회 내부의 결정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축구협회에도 한마디 하겠다. 위원장에게 감독을 평가하고 선임하는 권한을 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나. 가장 강력한 대표팀, 23세, 20세, 17세 연령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안정적으로 냈다. 모든 철학이 똑같이 공유했다”라며 “시스템에서 공정하게 객관적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프로세스대로 했는데 왜 어느 날 그 권한을 빼앗았는지 모르겠다. 그 이후 사태에 관해 축구협회 내부에서 누가 건의해 이런 결정을 해서 대표팀을 어렵게 만들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이 대중, 심지어 정치권의 비난을 받는 가운데 김 감독은 2026 북중미월드컵으로 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두 분의 위원장님이 너무 안타깝다. 실수는 있었지만 지금 에너지를 어디에 써야 하나. 팀 정비를 해야 한다. 벌써 두 경기를 했다. 두 경기가 다가온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의 힘을 빼고 팀을 와해시킨다. 정치하시는 분이나 유튜브하시는 분이나 정말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지혜롭게 생각해야 한다. 월드컵을 못 나가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너무 속상하다”라고 격정적으로 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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