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오타니 쇼헤이(30·LA다저스)는 올해 정규시즌 6월 이후,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도 리드오프로 출전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1번 타자로 나서면 최대한 많은 타석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치는 타자가 더 많이 기회를 받으면 팀전력에 분명 도움이다.
게다가 오타니는 54홈런 59도루에서 확인하듯, 누상에서 잘 뛴다. 도루 성공률이 무려 93.7%(59/63)에 달한다.
현존하는 빅리거 중에 오타니만큼 잘 치고 잘 달리는 선수가 없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입장에선 포스트시즌에서도 오타니의 1번 기용에 변화를 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이 막상 시작하고 나서부터, 상황이 묘하게 달라졌다.
오타니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5경기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2차전까지의 모습이 정규시즌과 사뭇 다르다.
고대하던 가을 무대에 올랐지만, 오타니는 주자 상황과 무주자 상황에서 마치 다른 선수처럼 극명하게 갈린다.
지난 15일까지 치른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오타니는 타율 0.222(27타수 6안타)에 1홈런 5타점 OPS 0.677을 기록중이다.
정규시즌의 파괴력과 비교하면 다소 부진한 수치다. 게다가 이를 더 세분화해 들여다보면, 주자 상황별 편차가 믿기 힘들 만큼 심하다.
오타니는 주자 없는 경우, 21타석에서 19타수 무안타로 맥을 못 추고 있다. 단 1개의 안타도 없다. 오타니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록이다.
그런데 주자 상황에선 우리가 아는 ‘초인’ 오타니로 돌아온다. 8타수 6안타로 타율이 0.750에 달한다. 주자만 있다면 10번 나가 7~8번은 안타를 만들어내는 타격기계의 모습이다.
문제는 오타니가 1번 타자라는 점이다.
팀으로선 효율을 따져봐야 하는데, 1번 타자는 1회 첫 타석에 선다. 주자 없는 상황으로 오타니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한다.
게다가 1회 첫 시작부터 리드오프가 침묵하면 그 여파는 후속 타자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전달된다.
반면 오타니가 1번이 아닌 중심타선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테이블세터가 차려놓은 밥상을 해결하는 그림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오타니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득점권에서만 안타를 때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업이 아니더라도 1번과 2번만 스위치 해도 훨씬 나은 그림을 기대할 수 있다.
더구나 오타니는 올시즌을 2번 자리에서 시작했다. 1번엔 무키 베츠가 섰다. 하지만 베츠가 6월에 부상으로 이탈하며 오타니가 1번으로 전진 배치됐다.
그리고 베츠가 돌아온 이후에도 타선은 그대로 유지되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슈퍼스타’라고 해도 미세한 컨디션 난조나 사소한 환경변화에 따라 헛스윙은 나올 수 있다. 때로는 본인도 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 그러면 감독,코치가 변화를 줘야 한다.
야구는 감에 의존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철저히 계산과 분석에 따라 운영하는 종목이다. 대표적인 확률의 게임이다.
그래서 최근 주자 상황에서만 힘을 발휘하는 오타니라면 익숙한 2번 자리로 돌아가는 것도 충분히 유연하게 고려할 타이밍이다.
LA다저스와 뉴욕 메츠의 NLCS 3차전은 17일 메츠의 홈구장인 시티 필드에서 열린다. 오타니가 몇 번 타자로 출전할지도 주목된다. kenny@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