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데프콘과 조세호, 태연, 코드쿤스트, 파트리샤, 충주맨부터 등장했다. 좀비 세상으로 변한 세상 안전보호구역에 모였다. “남창희가 좀비가 됐다” “결혼 예정이었던 예비 신부가 그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물론 연기다. 조세호의 과한 연기에 다른 출연진은 웃음을 꾹 참는다. 스몰토크도 잠시 ‘쿠에에엑’ 소리가 들렸다. 좀비가 발생한 것. 안전 보호구역 스태프를 물어뜯는 좀비 때문에 현장은 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좀비버스: 뉴 블러드’ 1회 초반부다. 대한민국이 좀비 세상이 된 시즌1의 이야기와 연결되는 지점이다. 새 얼굴들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세계관을 펼쳐놨다. 시즌2가 제작된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떻게 이 이야기를 풀어낼 것인가라는 의문을 매우 매끄러운 방식으로 그려낸 셈이다.

조세호와 데프콘을 비롯한 제주도 팀이 한 축, 시즌1 생존자인 덱스와 이시영, 츠키, 딘딘에 육성재, 권은비의 양양 팀이 한 축으로 두 갈래의 이야기가 시작됐다가 한 곳으로 모인다. 노홍철은 ‘좀반인’(좀비와 일반인의 합성어)로 등장해 이야기의 핵심 요소가 됐다.

사실 속편에 대한 기대가 높진 않았다. 대다수의 시즌제 드라마가 실패를 맛봤기 때문이다. 비록 드라마와 예능이 다른 분야의 작품이지만, 이야기에 대한 내실을 다지지 않고 스케일만 커지고 인물이 많아지는 대목은 실패 공식처럼 여겨졌다. 실제 ‘D.P.’ ‘스위트홈’ ‘경성크리처’ 등이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최근 공개된 ‘코미디 로얄’의 후속편 ‘코미디 리벤지’도 화제를 끌지 못했다.

지난해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좀비와 생존, 공포, 페이크 다큐멘터리 등을 고루 섞으며 새로운 형태의 예능을 선보인 ‘좀비 버스’는 앞선 사레와 달리 더 재밌고 탄탄한 이야기, 더 커진 스케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즌1은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하면 퀘스트가 발생한다는 걸 인지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시즌2에서는 제법 빠르게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초반부 좀비 몇 마리에도 허덕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좀비를 소탕하는 솜씨가 늘었다. 덕분에 전개가 상당히 빨라졌으며, 긴장감도 꾸준히 유지했다.

‘좀비버스’ 시리즈의 주요 포인트는 출연자들의 얼마나 실제 상황처럼 느끼느냐에 있다. 충분히 현실에 존재할 법한 건물과 세트,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는 좀비 덕분에 출연자는 실제처럼 벌벌 떨고 놀랐다. 이따금 실제 욕설이 튀어나왔고, 비속어도 자주 등장했다. 이는 오히려 리얼리즘을 살렸다. 또 표정에 공포가 가득했던 태연을 비롯해 순간 순간 화들짝 놀라는 출연진 덕분에 제작진이 꾸민 가상세계에 시청자들도 쉽게 빠져들었다.

시즌1에서 보이지 않았던 애드리브는 ‘좀비버스: 뉴 블러드’의 강점이다. 특히 4회가 넘어가면서부턴 조세호와 데프콘의 티키타카가 빛을 발했다. 예능인의 기막힌 감각으로 적재적소의 콩트형 애드리브로 큰 웃음을 만들었다.

이시영이 노홍철에게 ‘미친X’라고 욕하는 모습이나, 따귀를 때리는 장면에서 나오는 웃음은 참기 힘들 정도다. 일종의 연기를 해야 하는 출연진마저도 느닷없이 빵 터지는 ‘현실 웃음’에 고개를 숙이고 숨을 가다듬기 바빴다. 이들의 진솔한 얼굴이 시청자의 재미도 배가했다. ‘무한도전’의 기획과 ‘런닝맨’의 긴박함 ‘라디오스타’의 애드리브가 적절히 녹아 있다.

후반부는 ‘좀반인’ 노홍철이 이끌었다. 자유를 찾고 싶단 이유로 인질극을 펼쳤다. 다소 억지스러울 수 있는 설정임에도, 노홍철의 높은 텐션의 연기가 실제 공포를 키웠다. 긴장감을 확 끌어올린 덕에 하이라이트에서 벌어진 기괴한 미션을 처리하는 과정이 더 드라마틱해졌다.

국내에서 시도된 적 없는 형태의 작품이다. 실험적인 면이 많다. 좀비와 생존을 모티브로 거대한 현실 롤플레잉처럼 만든 ‘좀비버스: 뉴 블러드’는 완성도 높은 시즌1에 못지 않은 결과물이다. 정종연 PD가 이룬 어드벤처 버라이어티와 다른 결에서 즐거움을 준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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